항상 느끼는 거지만 마르틴 베크 시리즈는 너무 빨리 읽어 아쉽다. 9권이 나왔다는 소식에 기뻐한 것도 잠시.. 다 읽고나니 벌써 아쉽다. 이제 마지막 한 권만 남았기에 ㅠ 9권 경찰 살해자의 내용도 슬슬 전 시리즈 마무리의 분위기가 난다. 시리즈 1권 로재나의 범인과 2권 연기처럼 사라진 남자의 범인이 주요 등장인물로 다시 컴백하고, 전 시리즈 내내 작가가 피력했던 당시 스웨덴 경찰(공권력)의 합법적 폭력을 고발하고 결국 마르틴 베크가 가장 신뢰하는 동료 경찰 콜베리가 사직서를 내는 것으로 상징적 마무리. 늘 이유없이 여자가 죽임을 당하는 설정이 거슬리지만, 그래도 범죄 소설의 고전답게 두 개의 사건이 어떻게 맞물려 동시에 해결되는지 재미있게 그려진다. 궁금했던 마르틴 베크의 개인사(레나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8권을 읽고 바로 든 생각은 '아하 박찬욱 감독이 이 책에서 헤어질 결심의 모티브를 떠올리셨구나' 이다. 여자에게 별 관심 없는 마르틴 베크도 자신과 소통이 되는 레나를 한 눈에 좋아하게 되고, 그녀에게 그렇게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놀라울뿐. ㅎ 마르틴 베크의 심리적 변화가 굉장히 흥미로운 내용임에 반해 잠긴 방에서 발견된 시체 이야기는 그동안 등장한 사건 중 가장 기대되는 컨셉이었지만 예상 외로 너무나 싱겁게 해결되어 좀 김빠진 느낌. 더불어 은행 강도 이야기는 약간 코미디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도 들었고.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고 해 산만해진 분위기. 그럼에도 불구하고 8권은 우리의 주인공 마르틴 베크의 새로운 터닝포인트가 되는 개인사가 중심이 되어 역시 재밌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나저나 9권은 이미 번역 끝났다고 하던데 출판사 빨리 출간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