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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바리안 데이즈 - 바다가 사랑한 서퍼 이야기
윌리엄 피네건 지음, 박현주 옮김, 김대원 용어감수 / 알마 / 2018년 7월
평점 :
아 이글을 쓸까말까 많이 고민했다. 막상 쓰자니 어디서부터 손을 데야할지 엄두가 안나고 그렇다고 안쓰자니 내안에 꿈틀거리는 이 무언가가 해소되지 않아 조바심이 나고...
일단 책이 두꺼워 읽기가 힘들고 작가의 자전적 에세이가 파란만장 블록버스터급 대 서사시 스케일이라 소화시키기도 버겁다. 근데 책이 욕나올 정도로 재밌어서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 손에서 놓을 수도 없다. 한마디로 환장하겠는 책.(욕하면서 읽다가 나중엔 지침)
이렇게 날것 그대로의 팔딱팔딱 살아있는 느낌을 주는 책을 읽은지가 아주 예~전 <봉고차 월든> 이후로 첨인거 같은데, 흠.. 내 글에 많은 기대는 하지들 마시고 걍 쌩까셔도 됨.
윌리엄 피네건. 육십대 미국 저널리스트인데 뉴욕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 로스엔젤레스, 하와이에 거주하면서 서핑에 입문하게 된다. 대학을 졸업하지만 그는 서핑에 빠져 전 세계 바다를 돌아다니며 파도를 탐구하고 서핑을 한다. 그 과정이 정말 만만치 않은데 풍토병 말라리아에 걸리고, 상어가 들끓는 바다도 만나고 변변한 식사도 제대로 못하며 말그대로 상거지 꼴로 오로지 서핑에 몰두한다. 그의 모험담이 너무 흥미롭고 쫄깃하면서도 어느 순간부터는 ‘근데 왜 이렇게까지 생고생하지? 왜 안정된 삶을 버리고 가족과 떨어져 죽을 고비를 넘기면서까지 파도를 타지? 그냥 집 앞 바다에서 타면 되잖아?‘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가 가는 곳마다 현대사 생중계다. 샌프란시스코를 진원지로 퍼져나간 ‘사랑의 여름‘(어찌보면 서핑도 당시 저항의 상징이었던 히피 문화의 일종, 그래서 LSD를 하고 서핑을 했다는 표현이 자주 나온다. 대마초는 더 흔하게 언급되고),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있을땐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항쟁이, 포루투갈 령 마데이라 섬(호날두 고향)에 있을땐 본국 포르투갈에서 들어온 자본에 의한 급격한 산업화로 인한 섬 원주민의 고통이. 그 훨씬 앞서 저자가 어린 시절을 보낸 하와이의 삶에선 산업화 초창기 하와이의 비참한 민낯이 그대로 쓰여져 좀 충격먹기도. 근데 그렇기때문에, (이책이 소설이 아니라 저자가 직접 체험한 현실을 그대로 써놓았기에) 그 생생한 현실감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는게 이책이 퓰리처상을 탄 가장 큰 매력인거 같다.
너무 거지같은데 너무 무모한데, 너무나 아름답고 찬란한 청춘이랄까. 와 그와중에 저자는 책을 놓지않고 읽고 글쓰기도 계속 한다. 그리고 뉴욕으로 돌아와 기자 일을 하며 결혼도 하고 딸을 낳고 지극히 정상적인(?) 삶을 사는 사십대에도 계속 파도를 찾고 서핑을 한다. 한마디로 서핑 1세대 이야기. 지금은 대중화되어 흔해진 서핑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있는 책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어록에 이런 말이 있다.
‘서핑의 뛰어난 점은 그것이 개인적인 스포츠라는 것이다. 서핑은 순수한 의미에서의 정직함을 사람들에게 요구하며, 그것에 의해서 인간은 자신의 존재를 응시하게 된다.‘
이 말이 조금 이해된다. 서핑을 하며 오롯이 자신만을 대면하며 자연과 하나되어 분리감을 없앤 그 자유, 해방감, 살아있음을 느끼는 것. <바바리안 데이즈> 제목 그대로 우리 인간은 애초에 야만인이었으니까. (문명과 야만에 대한 생각은 p51 참고)
덧)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다. 단, 저자처럼 살아남을 운이 좋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