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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ㅣ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역시 피에르 바야르 대표작이다. 젤 재밌다.
이제껏 '책'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을 다양하게 접해봤는데 모두다 책의 가치, 효용성에 대한 담론들이었다. 당연 그렇지 않겠는가. 나조차도 책읽기를 교양쌓기의 가장 근본적인 수단이라 생각하니.. 그 프레임에 갇혀 '비독서' 도 독서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심지어 나도 생활 속에서 늘 체험하며 살면서) 상상조차 하지 못했기에 허를 찔린 기분이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는다 해도 이 세상 모든 책을 다 읽지는 절대로 못한다. 그러니 내가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가 더 많을 수밖에 없고 (특히 내 직업상 늘 고민되는 부분이었음. 내가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어디까지 아는 척을 해야할지) 하지만 그간 쌓은 내공(?)이 있기에 꼭 그 책을 읽지 않더라도 그 책에 대한 인상과 정보로 충분히 대화를 나눌 수 있었기에 '이렇게 말해도 되는건가? 읽지도 않았는데?'하며 괜시리 죄책감을 느끼기도 했다.
작가는 그런, 책에 대해 나누는 소통을 '집단도서관'이라 칭하며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을 언급한다. 윌리엄 수도사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읽어보지 않고도 그 내용을 유추하고 범인의 살인 동기를 알아맞추는 것도 책에 대한 총체적 시각을 갖고 있기때문이라는 거.
그리고 그동안 내가 읽은 책의 경험치와 다른 책들과의 관계를 맺게하는 능력을 갖게 해주는 '내면도서관' 개념.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들과 구두로나 글로 나누는, 책들에 관한 토론의 공간인 '잠재적도서관'까지..
모두가 다 내가 늘 생활하며 살고 있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개념들이었다. 멍청한 나는 물리적 도서관만 도서관이라 생각하고 있었다는..
우와 역시 뛰어난 작가란 이렇게 알고는 있지만 뭐라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무형의 것들을 언어화하고 문장으로 정확히 구성하여 사람들을 설득시키는 힘을 가진 사람이다.
한낱 미물인 나는 그저 감탄만 할뿐이다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