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 여행가 열전이다. 문명교류사에 관심이 많아 일찍이 동방견문록, 왕오천축국전을 읽었는데, 이 책을 통해 혜초보다 먼저 중앙아시아를 횡단해 인도를 다녀온 법현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었다. 더구나 그의 나이 60세에! 혜초가 십대의 나이에 5년간 다녀온 것에 비해 법현은 무려 13년이 걸렸다고 한다. 정말 놀라울 뿐이다. 왕오천축국전을 보면 혜초가 고국 신라를 그리워하는 심정을 시로 써놓았는데, 읽다보면 울컥한다. 나와 같은 여린 감성을 가진 사람이 그 멀고도 험난한 여정을 떠날 결심을 한 건 무슨 이유일까. 물론 불법을 구하기위해 그리고 석가모니의 여덟 성지를 직접 보기위함이 목적이었지만, 당시 고구려, 신라 국적의 승려 열명이 중국에서 인도로 떠났다는데 현태, 혜초 두 사람만이 살아 이름을 남겼다니 정말 경외심이 든다. 그리고 익히 잘 알려진 마르코 폴로보다 이삼십년 앞서 몽골을 방문한 플라노 카르피니, 윌리엄 루브룩의 이야기도 굉장히 흥미롭다. 이미 당시 여러 루트로 유럽과 중앙아시아가 교류하고 있었다는 것. 실크로드 하면 왠지 신비롭고 숨겨진 땅이라 생각되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수많은 종족이 살고 있었고 또한 살아남기위해 끊임없는 패권 싸움이 일어났던 그리고, 그 가운데 문명 교류가 소리없이 이루어졌던 치열한 삶의 현장이었다는 게 생생하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