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기쁨은 그 계절을 즐기는 일인 것 같다. 올 봄은 나쓰메 소세키의 <풀베개>를 읽고, 봄의 정취를 흠뻑 누렸다. 그의 책이 워낙 섬세하고 어려워서(마치 유리같다고 할까 아주 조심히 다루어야 하는) 초집중하고 한문장 한문장 읽어야 하고, 이해 되지 않을땐 또 다시 읽어야 하기에, 늘 쉽지 않은 작업(?)이지만, 그래도 그간 그의 작품을 꾸준히 놓지 않고 읽은 덕에 <풀베개>도 어렵지 않게 독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100자평 리뷰에 썼듯이 ‘비인정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쓰여졌지만, 평소 소세키 선생의 예술론, 문명론을 펼친 얘기 같았다. 근데 신기하게도 다 읽은 후, 작품해설을 읽으니 내가 말한 그대로 설명되어 있었다. 희열을 느꼈다. 하늘에 맹세하지만, 난 정말 작품해설을 먼저 읽지 않았는데, 내가 이 작품을 제대로 독해하고 느꼈다는 걸 알게 되어 정말 좋았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작가의 어려운 작품을 온전히 이해했다는 점에서.ㅎ
그간 읽은 그의 소설 중, 순위는 1위가 <그후>, 2위가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였는데, 이제 <풀베개>가 2위로 바뀌었다. 그만큼 좋았다. 나쓰메 소세키는 천재다. 그의 예민한 관찰력, 섬세한 문장력 나아가 삶에 대한 관조적 시선까지 어느것 하나 놓치지 않고 배우고 싶다. 나는 천재가 아니니 훈련을 통해 조금이라도 흡수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처음 그렇게 읽기 힘들었던 그의 작품을 이제는 제대로 맥을 짚으며 읽을 수 있게 된 것도 훈련을 통한 것이었으므로. 계속 훈련하여 더 많이 배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