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할로우 찰리 파커 시리즈 (구픽)
존 코널리 지음, 박산호 옮김 / 구픽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좋은 것과 그렇지 않은 부분이 뒤섞인 작품이었습니다. 일단 뒤표지의 ‘문학적 경지’는 글쎄요, 솔직히 제게는 군더더기의 다른 표현으로 읽히더군요. 어떤 문장들은 조금 걷어냈다면 이야기 전개가 훨씬 빠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조금 바쁘긴 했지만, 유난히 이 책을 다 읽는 데 오래 걸렸거든요. (바로 전에 읽었던 『인 어 다크, 다크 우드』는 사흘 걸렸는데 이번 소설은…) ‘문학적 경지’가 제일 큰 이유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주인공에게는 일종의 ‘치트키’ 같았던 루이스와 앙헬의 존재도 탐탁치는 않았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찰리 파커는 결정적 순간에 이들의 도움을 받아 위기에서 탈출하죠. 물론 소설 내내 이들을 작지 않은 비중으로 다룸으로써 찰리 파커를 구하는 순간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하지만, 오히려 이런 이유로 이들의 역할만큼은 소설 초반부터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자연히 긴장과 재미는 반감되었죠.

사건의 얼개도 조금은 복잡한 느낌이었습니다. 리타 페리스부터 마피아인 토니 첼리, 루이스와 앙헬, 수십 년 전에 살해당한 여자들, 엘렌 콜, 그리고 빌리 퍼듀까지. 플롯의 그물이 사방으로 뻗어가는 바람에, 적어도 저는 파악하기 어렵더군요. 그 얼개 속에서 악인인 칼렙 카일의 능력 또한 과장되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아들인 빌리 퍼듀에 대한 위협을 인지하고 아내 페리스를 죽인 것에서 시작해 최고의 킬러인 스트리치까지 죽이는 칼렙 카일은, 적어도 제 상식으로는 ‘전지전능’으로밖에 설명이 안 됩니다.

다만, 찰리 파커의 위기를 묘사한 부분들은 좋았습니다. 랜드 제닝스에게 일방적으로 맞는 부분에서는 제 턱이 얼얼했고, 토니 첼리 일당과의 일전에선 긴장과 고통을 고스란히 안겨주었습니다. 칼렙 카일과의 마지막 일전에서도 다르지 않았고요. 메인 지방 특유의 추위를 묘사한 대목도 와 닿았고요. 개인적으로 범죄소설의 큰 두 줄기를 ‘추리’와 ‘묘사’로 생각하는데, 저는 후자 때문에 더욱 자주 긴장합니다. 물론 존 코널리 수준의 소설가라면(저는 사실 이 작가의 책이 처음입니다만) 이런 건 기본이겠죠. 그런데 제게는 그 기본이 중요해서인지, 이 부분 덕분에 많은 걸 잊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추천하겠냐고 물어보신다면,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긴 했습니다. 일단 저는 말이죠. 장바구니에 『더 게이트』라는 작품을 쟁여놨는데, 이 소설과는 사뭇 다를 듯해서요. 이 작가를 좋아하게 될지 안 그럴지는 그 책을 읽은 후에 판단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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