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 이야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0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출처: 내 블로그(http://blog.naver.com/greatsj0807/90173023769)

주의: 어떤 이야기는 스포일러일 수도 있겠습니다.

이 소설을 이야기할 때, 가장 먼저 이야기할 수 있는 건 아마 ‘신의 존재에 대한 사유’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굉장히 많은 생각거리를 품고 있다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을 통해)들었다. 그런데 내게 그걸 분석할 능력은 없고, 이미 많은 얘기들이 오갔을 터이므로 그냥 개인적으로 와 닿았던 이야기를 하나만 하겠다.

이 소설은 내게 ‘긴장의 소설’이다. 사실 나는 긴장이란 걸 굉장히 싫어한다. 회사 생활 이야기를 해보자면, 회사에 업무가 많고 그 업무에 대한 피드백도 싫어한다는 이야기다. 내가 일을 무척 잘하기에, 아무 일 없이 넘어갔으면 좋겠고 그러질 못해 무척 괴로워 한다는 이야기. 어디 회사생활뿐이랴. 일상생활에서도 긴장과 마주하는 걸 굉장히 기피한다. 내가 좋아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경기 중 무언가를 다시 보라고 권한다면, 98-99 시즌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캄프누의 기적’ 보다는 06-07 시즌의 챔피언스리그 8강전 AS로마와의 7:1 경기를 고를 것이다. 그 긴장과 초조함을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파이였고, 리처드 파커가 함께 폭풍에 휩쓸리고 있다만 아마 나는 그를 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 긴장이 나를 옥죄어 올 거라 생각했을 공산이 구십구 점 구 퍼센트다. 그리고 소설을 다 읽고 난 뒤엔 이런 결론을 내렸다. ‘아마 난 파이처럼 살아남을 수 없을 테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간단하다. 파이를 살린 건 리처드 파커가 그에게 끝없이 전한 ‘긴장’이기 때문이다. 긴장 없는 삶은 금세 절망에 빠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다. 내가 쉽사리 우울감에 빠져 온 것도 어쩌면 이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이건 조금 비약일 수 있는데, 우리가 소설을 읽는 것은 이런 긴장을 텍스트로나마 얻기 위해서는 아닐까 생각했다(이 소설조차 긴장의 연속이므로). 나는 긴장(현실의 억압들)을 싫어했지만, 긴장(소설)을 찾아왔던 것이다. 현실을 딛고 서지 않은 소설은 얼마나 헛된 것인가. 지금껏 헛된 것을 갈구해온 셈이다.

이를 깨달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값 있는 소설이다. 돈과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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