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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감각 - 읽지 않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사랑하는가
정도성 지음 / 투래빗 / 2026년 6월
평점 :
✳️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자유롭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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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적독 생활』 서평에도 썼지만, 읽은 책이 쌓이면 책짐이 되고, 책짐이 커지면서 읽기의 바깥에서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나는 여전히 ‘읽기’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 책이 주는 소소한 즐거움 덕분에 이제는 ‘소울메이트’가 되어가는 기분이 들 정도로. 만만치 않은 일정에도 『읽는 감각』 서평단 신청을 했던 것도 그래서였는데, ‘읽지 않는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사랑하는가’라는 부제를 보면서 다른 이들이 책을 사랑하는 방식이 몹시 궁금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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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읽는 감각』을 읽었는데, 아, 웬걸, 솔직히 조금 당황했다. 나와 저자의 책 사랑 방식이 점점 멀어지는 좌우파 정치 세력의 거리보다 더 먼 느낌을 받은 탓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이러나 저러나 결국 ‘읽기’ 없는 책을 상상할 수 없고, 앞서 말한 소소한 즐거움은 읽기란 큰 줄기에서 뻗어나온 잔가지 정도에 불과했는데, 『읽는 감각』이 책을 다루는 방식은 그 자체로 독립된 소품에 가까웠다. ‘좋고 싫음’이 아닌 ‘낯설음’의 문제였지만, 어쨌든 당황한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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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의미 없는 독서였다는 건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시길. 어렴풋하게만 알았던 읽기 바깥 세상을 둘러본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었으니까. 정보를 담은 매체로서의 책이 아닌, 물건으로서의 책에서 느낄 수 있는 거의 모든 감각을 망라한 듯한 『읽는 감각』은 지구 탐험 안내서였다. 내가 이 책을 통해 만난 신세계란 이런 것이다. 가령 저자에게 서점, 특히 동네서점은 ‘체험의 공간’이다. “독자가 이 책을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함께 읽기를 바라는가”라는 질문에 답하는 공간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허허, 서점이 책을 사는 공간이 아니었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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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구현한 공간으로 세 개의 서점을 소개한다. 제일 먼저 소개된 일본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의 답은 ‘컨시어지’다. 이곳은 컨시어지가 먼저 깊이 읽고 책을 엄선해 독자에게 추천한다고 한다. 이런 경험은 독자에게 뜻밖의 책을 만날 기회인 동시에 함께 책을 찾는 경험을 안겨주게 된다고. 한편, 서울 연남동의 서점 리댁션(Readaction)은 ‘Read’와 ‘Action’을 붙여 만든 이름이라고 한다. “Lead Life, Read Action”, 즉 “삶을 리드하기 위해 (나 또는 책을) 읽고 실행하자”라는 슬로건 아래, 읽은 것을 실천하기 위한 (워크숍에 가까운) 독서모임 등을 정기적으로 운영한다. 한편, 저자가 직접 운영했던 서점 ‘서사’의 이야기도 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 나만의 서사를 찾아가는 공간”으로 정의한 저자는 공간 곳곳에 오래 머물 수 있는 디테일(의자와 테이블 높이 등)을 심어두었다. 지금은 여러 종류의 독서 모임이 진행되면서, 책으로 연결되는 체험을 제공한다고 한다(다른 건 몰라도, ‘연결 경험’은 정말 좋은 것 같다. 나도 책 수다를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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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런 변화를 어렴풋하게나마 느끼기는 했다. 가령 소셜 미디어의 책 계정을 보면, 저자가 언급한 종이, 무게, 디자인 등 책을 일상의 감각으로 들여오는 모습이 확연히 늘어난 게 체감될 정도다. 리커버 에디션을 출시하는 출판사, 이제는 없으면 아쉬울 온라인 서점의 굿즈 코너 등을 볼 때, 책은 이제 생산-유통-소비 모든 단계에서 매체인 동시에 소품이 되어가고 있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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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 서평에서 독서 경험이라는 말을 자주 썼는데, 그 경험이란 책의 메시지를 따라가며 저자와 대화하는, 텍스트에 한정된 경험이었다. 책을 읽는 이유도 성장보다는 세계 탐구에 가까운 데다, 몰랐던 걸 알게 되었을 때 도파민이 뇌를 적시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 경험이 다시 책을 읽게 하는 순환고리가 모 스포츠협회의 카르텔만큼이나 단단하다 보니, 『읽는 감각』이 펼쳐놓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담글 가능성이 그리 크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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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이런 변화가 불만이냐면, 딱히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독서율은 하루가 다르게 낮아지는 와중에, 책 외에도 우리가 소비하는 거의 모든 제품이 감각 경험을 제공하는 시대에, 독자 나아가 출판사들이 변하는 걸 탓해봐야 변화를 거부하다 단두대에 오른 ‘왕당파’밖에 더 되겠나. 도리어 새로운 독자 덕분에 지금까지 좋은 책이 계속 출간되고 있으니, 그분들께 감사해하면서 내 방식대로 책을 즐기면 될 일이겠지. 아니, 책을 다르게 감각해주시는 분들이 더 늘어나서 출판 시장이 “단군 이래 최초로 전년 대비 성장 기록!” 이런 뉴스를 듣게 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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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의 바깥에서 책의 즐거움을 만끽하는 분들이라면 『읽는 감각』은 내가 『적독 생활』에서 느꼈던 것과 흡사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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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아! 그러고 보니 『거의 모든 것의 역사 2.0』과 『유혹하는 글쓰기』 개정판은 사고 싶긴 했다. 구시대의 유물도 새 시대의 빛을 피할 수는 없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