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의 종말 - 평균이라는 허상은 어떻게 교육을 속여왔나
토드 로즈 지음, 정미나 옮김, 이우일 감수 / 21세기북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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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뇌과학 서적을 자주 읽으면서 귀가 닳도록, 아니 눈이 닳도록 눈에 띄는 부분이 있는데, 인간 인지 능력의 한계에 관한 것이다. 인공지능과 달리 인간의 뇌는 입력된 정보(자극)를 모두 처리하지 않는데, 우리 뇌가 가뜩이나 코끼리가 물을 마시듯 열량을 먹어치우는 마당에 주변의 모든 자극을 처리한다면 터져나갈 게 분명하다. 터진 뇌가 없지 않느냐고 먼저 물어볼까봐 얼른 답하자면, 입력된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인공지능의 전력 소모량을 보면 되겠다. 사람이 불완전한 정보의 빈틈을 메우는 이 과정을 ‘예측 처리(predictive processing)’ 또는 ‘예측 부호화(predictive coding)’라고 부른다.

『평균의 종말』을 다 읽은 나는 이 책이 다룬 평균 개념을 곱씹어보았는데, 어디선가 이상한 기시감이 들었다. 아! 평균 개념을 몰랐다는 게 아니니 오해는 말아주시길(확률·통계가 어렵긴 했다. 그것도 매우 많이). 저자가 제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낸 목표, 즉 종말시키고자 한 평균(또는 평균주의)이 아주 익숙하게 느껴졌던 것이다. 뇌과학 책에서는 기시감 또한 예측 처리의 여러 결과 중 하나라고 말하는데, 혹시 나도 뭘 잘못 본 건 아닐까?

이 책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평균에 관한 이야기이고, 평균에서 시작해 평균으로 끝난다. 책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다. 주의할 것은 평균을 곱게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니, 오히려 끝장을 내고 싶은 쪽에 가까운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제는 평균 바깥을 바라볼 때가 되었다는 거다. 저자는 평균이 일군 공헌을 다짜고짜 부인하지는 않는다. 너무나 거대해서 도저히 알아낼 수 없었던 세계의 많은 일들을, 평균의 탄생과 함께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정치인들은 평균 덕분에 시민이 무얼 필요로 하는지 알 수 있었고, 가격을 매길 수 있었다. 정치 경제 행정 사회 과학까지 거의 모든 분야에서 평균은 마법의 힘을 발휘했다. 저자가 평균의 공헌을 부인했다면 나는 그 자리에서 책을 덮었을 거다.

책을 덮지 않았던 것은 저자의 평균 비판, 정확하게는 평균의 공헌만큼이나 중요한 평균의 빈틈을 날카롭게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책의 서문에 소개된 예부터 강렬했는데, 1940년대 말 이상할 정도로 잦은 전투기 추락 사고 때문에 골치를 앓던 미국 공군이 찾은 원인이 바로 평균이었던 것이다. 당시 전투기의 조종석은 조종사 신체 평균 치수에 맞춰 생산됐는데, 아니 당장 자동차 시트조차 위치가 바뀌면 운전이 어려워지는 마당에 전투기 조종은 말해 뭐할까. 여기에서 더 재미있는 사실은? 평균에 해당하는 인원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거다.

저자 자신의 이야기는 ‘평균의 비극’처럼 느껴질 정도다. ADHD 진단을 받은 저자는 친구들의 따돌림과 선생님의 무관심 가운데 낙제점을 받아 고등학교를 중퇴해야 했다. 철저히 평균에 기반해 설계된 학교 시스템에 적응하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그렇게 문제아이자 낙오자였던 그가 십수년 후에 하버드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 교수가 되었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ADHD인의 멋진 개과천선 스토리? 학교가 품지 못한 평균 바깥 아이들의 이야기? 그는 버림 받듯 평균의 전당인 학교를 그만둬야 했지만, 어느 순간 자신에게 최적화된 학습법을 깨달았고, 이후 학창시절과 달리 공부에 대한 열의가 불타올랐다. 그렇게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통과했고 일 때문에 야간 강의를 들으며 대학을 졸업했으며,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했다. 그리고 끝내 하버드 교육대학원 교수가 됐다. 이러한 인생 경로를 걸어온 저자는 자신처럼 평균 바깥에서 가능성을 찾지 못했던 이들을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꼬리를 물던 생각이 여기까지 다다르니 서두에서 느낀 기시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측 처리가 만들었던 정보의 빈틈을 개개인이 인지하지 못했듯 평균이 만든 사회의 빈틈을 우리 또한 이해하지 못했으며, 그랬기에 내게 예측 처리와 평균은 서로의 존재를 모르던 쌍둥이처럼 느껴진 것이다. 그렇게 알 듯 말듯한 기시감을 걷어낸 채로 책을 덮었다. 하지만 기시감이 남긴 답답함은 같은 자리에 남아 있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각해보면, 사람 개개인의 뇌가 만들어낸 빈틈은 과학, 나아가 학문을 통해 완전하진 않더라도 상당부분 보완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사회의 빈틈은? 이걸 메울 방법이 있을까? 저자는 8장에서 학생들의 재능을 빠르게 발견하고 그에 맞는 특성화 교육을 실시한다는 대안을 제시했지만, 솔직히 이 대안이 이상론처럼 느껴진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특히 평균적 경로 의존 성향이 뚜렷하고 강력한 우리나라에선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러나 설익은 대안이 이 책의 가치를 낮추지 않았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사람들에게 평균의 빈틈을 알렸다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자기 할 일을 충분히 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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