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럴 앰비션 - 이기적 야망의 종말
뤼트허르 브레흐만 지음, 이정민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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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사계절 내내 한강공원을 덮어버릴 기세로 쏟아지는 자기계발서 홍수 속에서 나는 다짐한 적이 있다. 언젠가 자기계발서 말고관계계발서같은 걸 써보면 어떨까? 나는 꽤 괜찮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했는데, 꼭 자기만 계발하라는 법은 없을 뿐 아니라, 관계를 계발한다면 무려 연대나 평화가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침 신경과학계의 석학인 로버트 새폴스키도평화학(peaceology)”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인간들이 평화롭게 살아가는 능력에 교역, 인구 통계, 종교, 집단 간 접촉, 화해, 기타 등등이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 말이다. 이 지적 시도는 세상에 크나큰 도움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행동』, p.780)고 말했으니, 하지 말란 법도 없지 않을까?

 

문제는 내가 A4 열 장 이상의 글을 써본 경험이 없다는 거였고, 아이디어만 품은 채 하염없이 보내고 있었는데, 『모럴 앰비션』 출간 소식을 들었다. 꽤나 화제를 모았던 『휴먼카인드』의 저자 뤼트허르 브레흐만의 후속작이라고 한다. 본능적으로 이 책은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세상에, 내가 (쓰려고) 상상만 했던 그 책이었기 때문이다. 읽어보지 않을 이유가 있나? 마침 서평단을 모집하기에 일정 다 제쳐두고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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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요약해보면 매우 간단한 이야기다. 선한 야망을 가질 것, 그리고 그 야망을 실현시킬 것. 책은 강한 어조로 독자에게 세상을 바꿀 것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성과를 반드시 거두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냥 강조하는 게 아니라, 거의 강박적으로 강조하는 바람에 솔직히 부담스러울 정도였다. 가뜩이나 나는 실패에 관해 긴 글을 쓰고 있는데(혹시 궁금하신 분은 프로필 링크를 참고해주시길!), 이렇게 성공해야 한다는 노래를 부르면 대체 어쩌라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이런 저자의 조급함을 이해 못할 것도 없는 것이, 정말 많은 일들을 지금 당장해결하지 않으면 진짜 위기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기후변화 문제만 봐도, 국제사회는 2015년 파리 기후 협정에서 산업화 이전보다 1.5도 내 상승 수준에서 관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이미 (2015년 대비) 지난해에 1.58℃가 상승했다고 한다. 저자가 언급하는 또 하나의 위기, 핵무기 위협도 다르지 않은 것이, 미국 역사상 가장 정서가 불안해보이는 인물을 대통령으로 선출했고, 15일이면 끝난다던 이란 전쟁은 무려 4개월이나 이어졌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저자는 무턱대고 성공을 주문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자기계발서처럼 다양한 성공 사례를 소개하면서, 그들이 성공에 이를 수 있었던 방법을 분석한다. 그 방법들을 내 나름대로 요약해보면 더 큰 성과가 필요한 일에 나설 것, 성과를 수치화하여 공유할 것(KPI), 더 많은 사람의 관심(또는 공감)을 살 것 등이다. 성과 없이는 보상도 없다는 자본주의적 논리 같지만, 그 방법을 고스란히 자본주의의 부작용을 청소하는 데 사용하자는 것도 나름 신선하면서도 대담한 주장이었던 것 같다.

 

책에서 소개된 역사적 사실도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로자 파크스 사건(백인에게 버스 좌석을 양보하지 않았던 사건)이 몽고메리의 버스 보이콧 운동의 시발점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흑인 민권단체들이 이전에 벌어진 갖가지 인종차별 사건에 섣불리 반응하지 않은 것은, 그 사건들에서 최대 다수를 동원할 상징을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한참을 기다린 끝에 로자 파크스 사건이 터졌을 때에야 버스 보이콧 운동을 시작했고, 시내버스 인종 분리 규정의 위헌 판결을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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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한번 말하지만, 『모럴 앰비션』은 도덕적 혹은 이타적 야망을 가지고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하는 꽤나 선동적인 책이다. 동시에 각자 자신의 소명을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구체적으로 정리해놓은 이성이 녹아 있는 책이기도 하다. 내가 막연하게 구상했던 관계계발서의 모습을 대략 83% 정도 구현했다는 점에서 읽지 않았다면 큰 일이 났을 법한 반가운 책이기도 했다.

 

다만,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가 실현할 수 있는 이타적 욕구에 대해 등 떠밀리듯 생각해볼 수밖에 없었다. 강박에 가깝도록 반복되는 저자의 독려 때문이기도 했지만, 관계계발서 단락에서도 말했듯이, 이 책을 읽기 전부터 고민해왔던 일이기도 했기에 속 편하게 책만 읽을 수는 없었다. 공존에 관한 책을 소개하고, 설득하기 위한 서평을 계속 써왔던 것으로 첫 발을 내디뎠다고 생각하지만, 첫 발의 보폭이 이제 만 세 살이 된 엄지발가락 길이 수준이어서 크게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 같고, 소개할 만한 성과까지 없다는 게 문제다. 그나마 이 책을 읽으면서 그 구상을 구체화해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선물 같은 경험이었달까.

 

그래서 이 책 또한 더 많은 분들이 읽어보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나와 같은 독서 경험을 한 이들이 많아지고, 그만큼 새롭고도 좋은 일을 많이 시도할수록 세상은 더 빠르게 변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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