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 - 경제적 불안을 권하는 사회에서 흔들림 없이 살아가는 법
다우치 마나부 지음, 김정환 옮김 / 부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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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


바야흐로 불안의 시대다. 나도 (아직 오려면 한참 남은) 노후만 생각하면 자다가도 한숨을 쉴 지경인데, 주변에서 틈만 나면 몇 억은 모아둬야 한다고 떠들어 댈 때면 뇌 한 구석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한국의 중위소득과 중위자산 모두 세계 상위 10~15% 수준에 이르는 상황에서 불안이 얼마나 합리적인 건지 의문이 들 때면, 머리가 블랙홀 강착 원반에 진입한 것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버린다. 혼돈의 카오스.


막연했던 의문이 풀린 것은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을 읽은 후였다. 책의 제목이 이미 결론을 내렸듯이, 돈 때문에 느끼는 불안은 착각인 게 분명했다. 그리고 이 책은 그 근거들을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명쾌하게 풀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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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왜 우리는 항상 돈 때문에 (헛된) 불안을 느끼게 되는 걸까? 책에 소개된 여러 가지 이유를 나는 두 가지 정도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개인이 해결하기 어려운 사회적 과제가 그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화폐 경제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오히려 새로운 부의 창출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전자부터 살펴보자. 지난 2019년, 일본에서는 금융청에서 발표한 “노후 자금이 2,000만 엔(26년 환율 기준 약 1억 9천만 원) 부족할 것”이란 보고서가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일본 사회에 작지 않은 변화를 일으켰다. 미래에서 불안을 느낀 개인들이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고 기업이 이 수요에 대응하면서 새로운 시장이 형성된 것이다. 불안이 훌륭한(?) 마케팅 소재가 된 것이다. 


후자는 좀 더 문제가 심오해지는데, 화폐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 때문에 정작 진짜 부를 놓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저자가 소개한 예시를 살펴보는 게 좋겠다. 시장에서 첫날 만 원짜리 판매되던 주스가 다음 날 오천 원, 그 다음날에는 삼천 원에 할인 판매되었고 고객 A와 B, C는 주스를 각각 만 원과 오천 원, 삼천 원에 구매했다. 이 경우 제일 큰 이익을 본 사람은 누구일까? 많은 분들이 자신있게 정답을 외치겠지만, 사실은 알 수 없다. 주스를 가장 맛있게 즐긴 사람, 즉 그 주스에서 가치를 느낀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불안의 기원을 두 가지로 정리했지만, 둘은 사실 떼어놓고 생각하기에 관계가 지나치게 긴밀하다. 가령 이런 것이다. 노후 불안은 화폐 가치로 변환되어 설명하니, 우리는 자연스럽게 화폐를 불리는 데 최선을 다한다. 문제는 화폐만으로 가치를 만들 수는 없다는 데 있다. 이 문제는 특히 일본 같은 심각한 노령화 사회에서 더 심각해진다(우리는 더 심각할지도 모르겠다). 가령 돌봄 서비스 인력이 심각하게 부족한 경우에, 잔뜩 쌓아놓은 화폐로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이런 의문은 자연스럽게 투자 문제로 이어진다. 2024년 일본의 주식 거래액 1,300조 엔 가운데 기업이 신규로 조달한 자금은 1.4조 엔에 불과했다고 한다. 즉, 주식 거래액의 0.1%만이 가치 투자에 동원되었다는 이야기다. 만약 주가 상승이 통화량 같은 금융 요인에 따른 결과라면, 내가 1년 전에 목표로 했던 자산 1억은 1년이 지난 지금의 1억원과 가치가 같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화폐가 늘어난 만큼 돈의 가치가 하락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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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제안은 단순하고 명료하다. 보유한 화폐를 늘리기 보다는 가치를, 사회가 함께 창출하는 것이다(더 자세한 내용은 책에서 확인하시기를!) 이 결론에서 나는 아쉬움과 반가움을 동시에 느꼈는데, 아쉬움은 이미 전 세계 나라 대부분이 이 가치 창출에 사활을 걸었기 때문이다. 말인 즉, 이 제안이 이 책 고유의 인사이트라고 보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에게 주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로나19를 기점으로 ‘투자만 답’이란 인식이 확고해지면서 투자 행위의 가치는 수직 상승한 반면, 노동의 가치는 그 인식 속에서 추락에 가까운 하락을 거듭했다. 그 와중에 가치의 진짜 기원을 상기시켜주었다는 점에서 무척 반가운 책이었달까. 물론 인식의 전환을 몇몇 개인이 해낼 수는 없는 일이고 그래서 실질적인 변화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가능하겠지만, 일단 반전의 계기로 삼을만한 책을 만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했다. 


나는 더 많은 분들이 이 책을 함께 읽으시면 좋겠다. 『돈 때문에 불안하다는 착각』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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