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하다는 착각
마이클 샌델 지음, 함규진 옮김 / 와이즈베리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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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와 부의 증식, 과연 공정했나요?


자산 시장만 두고 봤을 때 코로나19 시대 최고 화두는 ‘자산 증식’이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실물 경기는 역성장했는데 코스피 지수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금 같은 자산 가격 또한 우주까지 뻗어갈 기세로 올랐어요. 그리고 이 상승 열차에 올라타느냐 못 올라 타느냐에 따라 명암이 갈렸죠.

반대로 이 시기에 더 큰 어려움에 직면한 사람들도 적지 않아요. 바로 자영업자와 일용직 근로자가 그 주인공이죠.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고, 자영업자들은 돈을 벌기는커녕 가지고 있던 돈조차 소진해야 했어요.

지난 2020년을 수놓았던 이런 풍경은 ‘공정’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어요. 코로나19로 인해 죽어가는 경기를 살리기 위해 거의 모든 세계 정부들이 돈을 풀기 시작했잖아요. 유동성 확장이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 투자자들은 돈을 벌었지만, 방역의 최전선에서 비용을 부담했던 자영업자들은 벌어놓은 돈 마저 써야 하는 풍경. 이런 상황은 ‘공정’했을까요?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의 함정


마이클 샌델 선생님이 쓴 ‘공정하다는 착각’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한 실마리가 담긴 책이에요. 우리 사회(뿐 아니라 거의 전 세계)를 강력하게 사로잡은 이념, ‘능력주의’가 과연 ‘정답’인지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생각해보자고 제안하고 있어요.

저자 선생님이 책이 던지는 질문 중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몇 가지만 소개해 볼게요.

✏ “능력은 과연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가?”

✏ “능력주의는 정말 노력하는 만큼 보상을 돌려주는가?”

✏ “능력주의는 1원칙이 된다면, 구성원 모두 보상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저자 선생님의 답은 모두 ‘아니다’에 가까워요. 가령 능력 측정 문제부터 살펴볼게요. 미국의 최상위권 명문 대학(아이비 리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최상위권 SAT 성적을 받아야 한다고 해요. 그런데 재미있게도(?) 최상위권 성적을 좌우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는 ‘노력’이 아니었다는 점! 바로 부모님의 소득이었다고 하더라구요. 이미 ‘부모님의 소득’이 ‘명문대 입학의 제일 조건’이 되어버린 건데, 과연 이 기준은 ‘학비 지불 능력’을 입학 조건으로 여겼던 100여 년 전과 뭐가 달라졌을까요?

이외에도 르브론 제임스만큼 노력한 농구 선수들이 왜 르브론만큼 수입을 올리지 못하는지, 1980년대 일반 노동자들의 30배 소득을 올리던 금융회사 임원들이 왜 2010년대에는 300배 이상의 수소득을 올리는지 등등을 ‘능력주의’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해요.

그리고 마지막 질문에 대한 답은 결정적인데요. 능력주의를 신봉하게 된 결과 맞이한 게 바로 포퓰리리즘(과 브렉시트,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이었다는 거예요. 능력에 따라 보상한다고 했지만 세계화의 파고 속에서 해외로 떠나는 일자리를 붙잡을 수 없었잖아요. 경제적 보상도 없는데, 이걸 ‘능력의 문제’라고 지적하니까 무력감이 안 느껴질 수가 있나요? 그들은 사회로 버림 받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세계화에 반대하는 방식으로 자기 의사를 드러낸 거였어요!(그 방식의 옳고 그름은 일단 논외로 할게요)


새로운 자원을 위한 새로운 정의를 위한 정치


살펴보았듯이 능력주의가 답이 아니라면 우리에겐 어떤 선택지가 남아 있을까요? 다시 한번 우리나라 상황에 빗대어 설명해볼게요. 일단 팬데믹 시기의 혼란 틈탄 자산 증식이 온전히 ‘자기 능력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는 사고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치를 통해 이런 생각을 사회적 합의로 이끌어내는 것 또한 남은 과제 중 하나일 테고요.

이 모든 게 쉽진 않을 것 같긴 해요. 얼핏 ‘능력에 따라 보상 받는다’는 원칙은 틀린 구석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하니까요(사실 이 책을 읽은 저도 쉽게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아요). 다만, 이 책이 지금까지와는 다른 보상을 논의하기 위한 첫 걸음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책이었다고 생각해요.

이 논의를 함께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여러분께도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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