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한국현대사 1959-2020 - 개정증보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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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를 잊으면 미래가 없다고?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고 하잖아요. 저는 이 말을 썩 좋아하진 않아요. “너 역사 공부 안 하면 옛날에 맞은 데 또 맞는다? 응? 그래도 안 할 거야?” 세계 최고의 쫄보 책판다는 도리어 이 말에 더 겁이 나는 거예요. “너 이눔 시키 또 맞기 싫으면 열공해!” 라고 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렇게 역사 때문에 겁을 먹고 있었는데, 세상에, 역사책을 읽어버렸네요? 유시민 선생님이 쓴 ‘나의 한국 현대사’란 책이에요. 좋아하는 작가 선생님의 신간이라 별생각 없이 펼쳐 들었어요. 그런데 책을 덮고 나니 꽤나 많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중 하나가 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가 없다”는 말이었어요. 역사를 기억해야 할 이유가 꼭 미래 때문은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었거든요.

📖 걸어온 길을 돌아보니 나를 긍정하는 매지컬 모먼트
‘나의 한국 현대사’를 다 읽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제가 보기에 유시민 선생님은 ‘지금의 나를 알기 위해’ 역사를 기억하는 것 같다고 말이죠.

책에 소개된 2020년의 대한민국은 이런 나라예요. 세계에서 꽤나 잘 나가는 부자 나라이자, 서구 선진국 못지않은 민주주의를 자랑하는 나라이구요. 그러면서도 잘 사는 사람만 잘 사는 나라이기도 해요. 코로나19 방역은 꽤나 훌륭했지만, 산업재해가 앗아가는 목숨은 아직까지도 어쩌지 못하는 나라이기도 하구요.

선생님은 이 책에서 과한 자기 긍정이나 부정 없이, 지금 이 순간의 대한민국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들여다보고 있어요. 그닥 정당하지 않은 출발(건국)을 결국 뒤집었는데(4·19) 그걸 또 뒤집어 엎고(5·16), 그게 또 어찌어찌 곯아 있던 배는 채워내는 과정(경제발전), 죽은 줄 알았던 독재의 망령이 다시 등장했지만(신군부) 그걸 또 뒤집어내는 데 성공한(6월 항쟁) 나라. 그 어느 것 하나 빼먹거나 비난하지 않고 살펴보니 왜 이 나라가 ‘흉하면서 아름다’워졌는지 알겠더란 말이죠. 그걸 알고 나니 역사 공부가 이렇게 신기한 것이었다는 돈오의 순간이 뙇(!) 오고 말았던 것이죠!

📖 타협주의자 아니죠~ 현실주의자 맞구요!
또 하나 신기했던 건, 이 과정을 서술할 때 선생님의 어조였어요. 이 모든 과정을 어떻게 보면 건조하게, 다르게 보면 평온하게 설명하고 계셨거든요. 제가 그래도 선생님을 아주 모르지는 않는데요. 말로 논평할 때와는 사뭇 달라서(최근에는 논평도 많이 순한 맛 됐지만) 조금 놀라웠어요.

그런데 골똘히 생각해 보니 꼭 놀랄 일은 아니더라구요. 선생님은 책의 말미에 이루고 싶은 소망을 이야기하거든요. 그런데 그 소망이 ‘흉함’을 부정한다고 해서 이루어지는 게 아니잖아요. 가령 책판다가 월급을 많이 받고 싶은데, 월급이 적은 현실을 부정한다고 해서 월급이 오르진 않는 것처럼 말이죠. 어쨌든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유를 따져보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야 하니까요. 저는 이 책을 그렇게 이해했어요. 역사나 현상이 흉하든 아름답든 일단 이해부터 하고, 그 다음에 흉한 부분을 고쳐보자는 것으로 말이죠.

꼭 “흉한 건 지금 당장 없애버려야 한다”며 선생님 같은 사람을 ‘타협주의자’라고 낙인 찍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그런데 저는 선생님의 방법이 더 와 닿았던 것 같아요. 진짜 변화는 현실을 부정하는 게 아니라 이해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하거든요. 얼마 동안 역사 때문에 겁을 먹었는데(혹시나 미래가 없어질까봐…), 이 책을 읽고 나니 역사를 공부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막연하나마, 앞을 뭔가 변할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이 책을 읽은 보람은 순전히 이 지점에서 비롯된 것 같아요. 과거를 열심히 공부했는데 반대로 미래에 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었거든요. 혹시 그 보람과 희망을 책판다와 같이 느끼고 싶은 분들 계신가요? 그렇다면 ‘나의 한국 현대사’를 꼭 읽어보실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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