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유전자 - 세계사를 뒤바꾼 문제적 유전자 바로 읽기
정우현 지음 / 이른비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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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는 내내 ‘좋은 독서 경험’에 대해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좋은 독서란 ‘호기심 있는 분야에서 유익한 정보를 얻는 것’이라고 정의해 왔는데, 『나쁜 유전자』를 읽으면서는 솔직히 이런 의문이 들었다.

“이게 유익한 정보 맞아?”

내 안의 뿌리 깊은 상식, 그러니까 ‘공부 머리 같은 능력은 타고난다(유전된다)’는 믿음을 처음부터 끝까지 흔들어댔기 때문이다. 바꿔 말해, 나의 상식이었던 ‘유전자 결정론’에 대한 반박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을수록 결국 유전이 전부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가령 책에서는 동성애 여부를 결정하는 유전자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함께, 태아 시절 산모가 분비한 호르몬 같은 환경 요소가 더 중요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저자의 이 치밀하고 탄탄한 논증을 (사실 조금은 힘겹게..) 따라갔더니, 어느새 내 머릿속엔 ‘유전이 전부인 게 더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자리 잡게 되었다.

그래서 책장을 덮은 후엔 끝내 ‘너무나 좋은 독서 경험이었다’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편견이 똬리를 틀었던 곳에 새로운 상식이 뿌리를 내린 셈인데,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단연 ‘좋은 독서’였다. 더불어 그동안 내가 찾던 ‘유익한 정보’라는 게 사실은 ‘내 입맛에 맞는 정보’는 아니었는지 반성하는 계기도 되었으니, 더더욱 의미 있는 기억으로 남을 듯하다. 이렇게까지 좋은 독서 체험을 안겨주신 저자 선생님(@romanc_grey)께 감사 인사를! 🙏

➕1️⃣ 얼마 전 읽었던 로버트 새폴스키의 『행동』을 보면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기본 정보가 가득하다. 개인적으로 『행동』을 먼저 읽은 것이 『나쁜 유전자』의 독서에 깊이를 더해준 것 같다. 벽돌책에 도전할 용기가 있다면 함께 읽어보시길 강력 추천!

➕2️⃣ 그렇다고 전적으로 ‘환경 결정론’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점은 꼭 밝혀두어야겠다. ‘그래서 얘 결론이 대체 뭐야?’ 싶으신 분들은 아래 인용한 『행동』의 서문 일부를 참고해보시기를!

“이 책은 과학에, 특히 생물학에 바탕을 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이 점에 따른 중요한 사실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생물학을 알지 못하고서는 공격성, 경쟁, 협동, 감정이입 등등에 대해 온전히 이해하기를 손톱만큼도 기대할 수 없다. 굳이 이 말을 하는 것은, 인간의 사회적 행동을 논할 때 생물학을 끌어들이는 것이 부적절할뿐더러 이념적으로 수상쩍다고 여기는 일군의 사회과학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 못지 않게 중요한 점으로, 둘째, 오직 생물학에만 의존하더라도 똑같은 곤경에 처한다. 굳이 이 말을 하는 것은, 사회과학은 언젠가 ‘진짜’ 과학에 흡수될 운명이라고 믿는 일군의 분자생물학 근본주의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셋째, 여러분이 이 책을 다 읽으면, 어떤 행동의 ‘생물학적’ 측면과 이른바 ‘심리학적’ 혹은 ‘문화적’ 측면을 구별하는 것이 말이 안 되는 일임을 깨달을 것이다.”

➕3️⃣ 발행 버튼을 누르고 나니 못 쓴 이야기가 너무 많이 생각나서 브런치에 다시 한번 긴 서평을 써볼 예정. 서평을 두 번 써도 좋을 책 맞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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