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 - 재능 없이도 글밥 먹는 사람의 생존기
홍지운 지음 / 아작 / 2025년 12월
평점 :
읽고 싶은 책을 못 읽는 사태가 일어나는 게 싫어서 서평 이벤트는 잘 신청하지 않는 편인데, 『재능 없는 작가로 살아남기』 이벤트에는 홀린듯 신청 댓글을 달고 말았다. 장르는 다르지만 작가로 생존한다는 건 그 자체로 대단한 일이고, 작가지망생으로서 그 비결을 배워야만 했다.
출판사에서 보내주신 책을 감사히 읽으며 느낀 첫 소감은, ‘작가 지망생들은 이 책을 무조건 읽어보시라’는 것. SF 지망생은 말할 것도 없고, 순문학 작가 지망생에게도 유용한 비결들이 정말 한가득이었다. 심지어 소설 쓸 생각이 0.1도 없었던 나도 이 책 덕분에 단편 하나 정도는 쓸 수 있겠다 싶을 정도였으니까.
내가 정말 공감한 몇 가지 비결을 소개하자면(※ 설명에 내 주관이 잔뜩 녹아 있음 주의)
▶ 다른 작가와 비교 금지: 어차피 시장에 작가는 많고, 더 잘 쓰는 사람은 있을 수밖에 없음. 이런 비교는 생존에 아무런 도움이 안 됨.
▶ 기획서 작성하기: 글쓰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줌. 빛나는 영감이 없을 때에도 써야만 하는 것은 생존 작가의 필수 조건!
▶ 니체 인용 금지: 너도나도 니체를 인용하는 바람에 희소성이 없음. 오히려 빈약한 독서력만 드러낼 뿐이다.
▶ 긴 문장도 괜찮음: 단문은 정확한 사실 전달에 효과적이지만, 도리어 읽는 맛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비단 (장르)문학만의 이야기는 아닐 듯.
▶ 내글구려병 예방: 머리는 손보다 빠르다. 손을 아무리 굴려도 머릿속 그 장면을 온전히 구현해낼 수는 없으므로, 글이 구려도 계속 써라.
그 외에도 유용한 팁들이 정말 많지만, 그걸 다 요약할 순 없으므로 궁금하신 분들은 책을 사 보셔도 괜찮겠다. 작가 지망생이라면 후회할 일은 없을 듯하다.
-------
여기에서 끝났다면 글(소설) 쓰기에 관한 괜찮은 참고서 정도로 여겼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그 이상의 독서 경험으로 남았다. 그 이유를 몇 가지 정리해 보자면,
하나는 글쓰기에 대한 환상을 조금은 덜어냈다는 점이다. 사실 나 같은 일반인에게 글쓰기, 특히 단행본 한 권 분량의 글을 쓰는 일은 뇌를 야구공 크기로 쥐어짜야만 하는 불가능한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데 이 책이 닦아준 글쓰기 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니 뭐라도 쓸 수 있겠다 싶어진 것이다. ‘재능 없는 작가’가 아닌 거 다 알지만, 훌륭한(?) 콘셉트와 함께 글쓰기를 ‘사람의 일’로 만들어준 저자 선생님께 감사를 전합니다.
다른 하나는 ‘뭐라도 쓰는 것’의 중요성을 되새겼다는 점이다. 요즘 나는 브런치에서 긴 글 쓰기에 도전해 보고 있는데, 영감 기다리다 영감님 되는 줄 알았던 순간이 몇 번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책에서 얘기한 것처럼 뭐라도 써 놓고 하루라도 묵혀 두니, 이런저런 보강 아이디어가 떠오르면서 한 편의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안 나가는 진도 때문에 마음고생 많았던 내게 선물 같은 순간이었다. 서평단 신청 안 했으면 어쩔 뻔했나.
다른 지망생에게도 이런 선물 같은 순간이 찾아오기를 희망하면서 초초초강력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