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 나라의 앨리스 - 재미있는 양자역학 모험 여행
로버트 길모어 지음, 이충호 옮김 / 해나무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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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앨리스가 양자역학의 나라로 날아간다. 메인 플롯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이지만 뛰어다니는 것은 트럼프 카드가 아닌 소립자들이다. 양자나라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정도의 동기가 부여되어서 써 진 책인듯하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처럼 자유로운 상상력이 동원된 것은 아니지만 시각화된 (거시화한) 양자의 세계는 이상한 나라와 별로 다른 점이 없다.

가능한 쉽게 설명한 양자역학의 나라는 수식에서 느껴지는 절묘함이나 증명에서 얻어지는 논리적인 단계를 맛볼 수는 없지만, 직관적인 세계에 대한 개념을 거리낌없이 받아들일 수 있다. 파울리의 배타원리에서 시작해서 QED나 QCD까지 아우르는 많은 영역에 대해서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는데, 수식에 대한 알레르기를 피할 수도 있고, 양자역학의 나라까지 가는 길에 거쳐야할 고전역학나라를 지나다가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이라면 앨리스가 대신 다녀온 양자역학 나라의 이야기를 전해듣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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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보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 AG건축기행 1, 옛절에서 만나는 건축과 역사 김봉렬 교수와 찾아가는 옛절 기행 2
김봉렬 글, 관조스님 사진 / 안그라픽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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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 전부터 산이 생겼을 때 부터 나무가 자라나듯이 가람이 자리를 잡고 생겨나보이는 것을 우리는 알지 못하고, 자연을 누르고 압도하는 거대한 건축물이나. 저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는 화려한 석조건물이 위대한 문화유산으로 생각되는 것이 보통이다. 절은 그런면에서 결코 문화유산이 아니고 수행을 하는 곳인 동시에 생활을 하는 자연속의 한 귀퉁이다. 사는 곳과 멀지 않는 곳에 자리잡은 절의 입구가 표지로 등장하는데, 같은 곳이라고는 사진 설명을 보기전에는 알지 못했다. 아침일찍 일어나서 아주 적적한 길을 걸어가면 안개도 끼어있고, 나무의 내음도 난다. 그런 느낌이 사진속에서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적이면서 부드러운 사진과 우리 건축에 대한 생각이 담긴 글이 잘 어울려 볼만한 책을 만들었다. 잠깐의 여유를 가지고 가보고 싶은 절을 갈 여유가 없다면 책에서라도 잠시의 시각적 공간적 여유를 만끽해보는 건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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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의 대변인 1 - 엔더 위긴 시리즈 2 엔더 위긴 시리즈 2
올슨 스콧 카드 지음, 장미란 옮김 / 시공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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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자기만의 인식을 틀을 가지고 외부의 사건을 인식하기 마련입니다. 누군가 어떤 의도로 하는 행동인지는 행동을 한 사람 밖에 알 수 없고 받아들이는 사람은 자기가 얻을 수 있는 정보를 토대로 의도를 이해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인식의 문제는 서로의 차이가 크면 클 수록 더 심각해집니다. 이 책은 결국 이러한 받아들여지는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작인 앤더의 게임과 연관이 없는 듯 하지만 의외로 전편의 스포일러가 들어있기 때문에 순서대로 읽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앤더 시리즈는 작가가 보여주는 SF적인면보다는 인간성이나 보편적인 문제에 대해 초점을 두고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속에서 SF적인 상상력과 세계관을 느끼는 것도 무시할 수는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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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라크르의 시대 - 들뢰즈와 사건의 철학, 소운 이정우교수 강의록
이정우 지음 / 거름 / 200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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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자체를 거의 그대로 정리를 한 책이라서, 어찌보면 매우 산만하고, 정신없어보이기도 하지만 책을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보면 그럭저럭 참을 만하다. 오히려 그런 단점은 내용에서 발견되는 쉬운 설명으로 보상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후기 구조주의라는 쉽지 않은 이야기를 가능한 쉽게 풀어내는 것으로 이 책은 그런 면에서 탁월하다. 단 한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어지는 다른 책 두권도 슬쩍 보고 읽을만하다고 생각이 들면( 왜냐하면 체질에 맞지 않는 사람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이어지는 연작과 하나의 맥락에서 읽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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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re Effective C++
Scott Meyers 지음, 곽용재 옮김 / 인포북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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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게도 알라딘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컴퓨터 관련서적은 잘 구비되어 있지도 않고, 구비된 서적도 굉장히 적어서 리뷰를 쓸 기회가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정도 책이라면 당연히(!) 리뷰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없는 건 정말 이상한 일이다.

우선은 번역에서 그 장점을 꼽을 수 있다. 원서로 컴퓨터 서적들을 읽어보다 한글로 번역된 판이라고 덜컥 사서 후회하는 경험들이 많은 것이 우리네 이쪽 분야 책들의 실정이다. 소설이나 인문도서에서는 번역을 잘해서 좋은 책들을 접하겠지만 그런 훌륭한 번역을 보는 기회는 이쪽 계열 책에서는 정말 복권 당첨만큼 힘든 일이다. 그런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책의 번역은 단연코 최고다. 우선 사전 리뷰를 거치기도 했고, 무엇보다 역자가 이 쪽에 관심과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다른 책에서는 (꼭 필요하지만 거의 없는) 용어 대조표도 당연하게 붙어있다. 이정도가 되니 이 책을 읽으면 바로 역자의 팬이 되는건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번역자를 믿고 번역판을 사기도 하는 현상도 생겼다. :) )

두번째는 당연하지만 내용이다. 저자의 명성이야 알려진 바이고 능력도 능력이지만 책으로 전달하는 능력은 압권이다. 파인만 같은 류의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 편안한 스타일의 전개(다시 한번 이런게 느껴지도록 해준 역자의 능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와 중간의 유머는 책이 다루는 좋은 내용과 비견할 만하고, 책에서 직접 다루는 내용 자체도 C++을 슬슬 시작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번쯤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다. 덤으로 이쪽 사람들의 GURU적인 유머와 분위기를 접하는 것도 즐거운 일이다.

아무리 원서가 좋고 읽기 쉬워도 (번역서는 읽기 어려운 것이 대부분이다) 원서보다는 한글이 좋다. 읽는 속도도 그렇고 우리가 남의 것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것을 만들때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책이 한글로 나오게 된 것과 수많은 좋은 컴퓨터 책들이 이상한 번역으로 망쳐지는 가운데 정말 좋은 번역으로 다시 그 맛을 살려낸 역자에게 감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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