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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어찌 보면 단순한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꼴찌에게도 박수를 쳐주자는 아주 상투적인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 '누구나 다 일등을 향해 달리면서, 우리를 위해 꼴찌해주는 불쌍한 인생들을 향해 박수한번 쳐주자.' 따위의 이야기였다면, 문체의 가벼움과 함께 책도 가벼워졌을 지도 모른다. 치기 힘든 공은 치지 않는 미덕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누구를 위해서 꼴찌를 하는 것도 아니었고, 경쟁 사회의 낙오자도 아니었으며, 자신을 위해 삶을 사는 사람들이었을 따름이다. 비록 1할2푼5리의 타격으로도 세상을 살 충분한 가치가 있으며, 나머지 8할이 넘는 공을 애써 힘들여 쳐낼 필요도 없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어떤 사람의 인생이 항상 4할의 타율과 0점대의 방어율의 통산성적을 가질 수는 없다. 설령 가진다손치더라도, 그 어느 시즌에는 2할이하의 타격과 5점의 방어율을 가질 수도 있는 것이다. 삼미슈퍼스타즈의 팬클럽과 다른 사람들의 차이는 여기서 시작된다. 슬럼프(이렇게 부르는 것도 그들에게는 어울리지 않지만)에서 기를 쓰고 벗어나려는 것이 슈퍼스타즈의 팬클럽에게는 불쌍하게만 보일 것이다. 결국 슈퍼스타즈는 사라지고 핀토스의 시대가 나타났고, 머지 않아 우승권의 팀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특별하게 기억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미덕이라는 것이 없었고, 결정적으로 슈퍼맨로고가 새겨진 야구가방을 줄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