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도 없는 한밤에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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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장르는 범죄소설이며, 주인공이 모두 가해자라는 공통점이 있다. 4개의 단편이 모두 재미있지만 그 중 두 번째와 네 번째 단편이 개인적으로 더 맘에 들고 훌륭하게 느껴졌다. (사실 단편이라고 하기에 꽤 두꺼운 분량이다. 총 600페이지가 넘으니..)


 두 번째와 네 번째 단편의 공통점이라면 주인공이 모두 여성이고,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라는 점이다. 그 두 사람은 별다른 일이 없었다면 여느 평범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죽을 때까지 소소한 일상을 누렸을 것이다. 하지만 <빅 드라이버>의 주인공은 강간범을 만나게 되어 죽음 직전에 가까스로 탈출하고, <행복한 결혼 생활>의 주인공은 자상하고 평범한 자신의 남편이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 이런 극적인 사건 혹은 계기가 없었다면, 그들은 직접 손에 피를 묻힐 결심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읽고 있는 독자 자신도 언제 그들과 같은 갈등 상황에 직면할 지 모르기 때문에 더욱 흥미를 끈다. 그들이 아무리 살인마를 죽였다 할지라도 살인이라는 행위가 정당화 될 수는 없을 텐데, 어쨌든 이야기를 따라가며 주인공이 안전하길 기원하게 되고 마지막에 살인을 할 때는 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결론도 그저 그들의 범죄 사실을 알지만 또한 그들의 살해 동기를 이해하는 다른 인물이 나타나 간단한 대화를 나누고 끝난다.


 킹 역시도 마지막에 저자의 글에서 심각하게 철학적인 이야기를 나누려는 것이 아니라 충격적인 일들을 재미있게 다루려고 한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있다. 그래도 그냥 이렇게 끝나는 것이 어딘가 찝찝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읽는 이에게 스스로 생각할 여지를 주는 것인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 그들의 삶이 어떻게 될 지 상상하면서 말이다. (결국 경찰에 붙잡힌다든가, 붙잡히지 않아도 영영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살아가진 못할 것 같다.)


 두 단편보다도 세 번째 단편 <공정한 거래>는 더욱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끝나버린다. 암에 걸린 주인공은 해 질 무렵 고속도로 휴게실 뒤 주차장에서 무엇이든 연장해 줄 수 있다는 어떤 남자와 거래를 하게 된다. 그 거래는 자신의 삶을 15년 정도 연장하는 대신 연 소득 10%와 그에 맞먹는 불행을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에게 전가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거래의 내용 중 무언가 지키지 않아서 끔찍한 비극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으나, 예상과는 달리 주인공은 평소 시샘하던 잘나가는 베프의 몰락을 지켜보며 만족과 행복을 만끽한다. 잘나가는 베프와 그 가족들은 죽거나 불구가 되거나 마음의 병을 얻는 반면 주인공은 승승장구하며 살고, 몇 년 후에 그는 다시 그 고속도로에 가서 마지막 소원을 비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스티븐 킹은 윤리적인 잣대를 들이밀지 않고 그냥 자기 소설을 읽을 때 독자가 편하고 재미있게 읽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이 단편을 읽고 어째서 끝날 때까지 죄 없는 베프와 가족들이 (설령 베프는 주인공이 약 오를 만한 여지를 줬을지도 모르겠다만 가족들은 무슨 죄인지..) 끊임없는 불행을 겪고, 주인공은 티끌만큼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을 수 있는지 의아했다. 또 마지막 소원은 무엇인지 그 때문에 결국 주인공이 망하는 건가! 싶었지만 상상력이 부족한 관계로 더 나아가지 못했다. (흑..)


 첫 번째 단편은 이 소설집에서 개인적으로는 제일 별로였다. 자신의 땅을 지키려 의견차이가 나는 아내를 아들과 함께 죽였지만 그 후 아내의 시체와 쥐들에게 시달리는 남편의 이야기다. 웃고 있는 듯 피 흘리고 죽어 있는 아내의 시체를 우물에 매장시켰지만 그 충격으로 인해 아들은 엇나가고 마침내 아들마저 임신한 어린 연인과 함께 강도질을 하다 죽게 된다. 땅을 지키려 시작한 일이었지만 결국 땅마저 잃게 되고 아내는 물론이거니와 소중한 아들과 한 쪽 팔마저 잃고 이 사실을 적어 내려가다가 정신 착란에 의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쥐에 뜯겨 스스로의 목숨도 잃는다는 내용이다. 묘사가 무척이나 끔찍한 데 비해 킹이 추구하는 재미도 그다지 없고 생각할 여지도 별로 없어서 아쉬운 단편이었다.


 그래도 스티븐 킹의 단편집에는 생생한 묘사와 실제 있을 법한 캐릭터들이 맘껏 매력을 펼치고 있다. 특히 두 번째와 네 번째 단편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몰입해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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