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단한 책 - 죽기 전까지 손에서 놓지 않은 책들에 대한 기록 지식여행자 2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언숙 옮김 / 마음산책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요네하라 마리 책을 4권 읽었기 때문에 기대감과 동시에 앞서 읽은 내용과 겹치는 부분이 있을 거란 우려(?)도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는 요네하라 마리의 또다른 매력이 있었다.  

 이 책은 680쪽에 달하는 두께에, 요네하라 마리의 독서일기와 서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책의 무게만큼, 표지만큼 책의 내용은 무겁지도 딱딱하지도 않다. 하지만 요네하라 마리가 엄청난 속독가이며 독서광이었다는 생각은 든다. 책 내용 중에 하루에 7권씩 읽다가 나이가 들어 5권씩밖에 읽을 수 없음을 한탄하는 부분이 있는데(정확한 권수가 맞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나같이 책 읽는 속도가 느린 사람으로서는 한탄이 자랑처럼 들린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아주 어려운 책을 많이 읽은 것은 아니었다는 사실이랄까.-_-;; 

 책의 앞부분인 독서일기에서는 주간 뷴슌에서 소개했던 책들과 요네하라 마리의 일상이 드러나 있고, 뒷부분은 각 책의 서평이 실려 있다.(꼭 앞부분에 소개했던 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 책들은 여러 분야를 넘나들고 있지만 몇 가지 범주로 크게 나눌 수 있다. 거칠게 나누어 보자면, 러시아 관련 문학·정치사회·역사 책들, 당시의 세계 각 나라의 현실·문화·역사를 다룬 책들, 일본 문학, 일본에서 당시 출간된 인문 서적(스포츠 서적도 간간히 있다.), 고양이·개와 관련된 서적, 암 치료 관련 서적 등이 있다.  

 이렇게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읽고 쓰고, 통·번역사로 활동하느라 얼마나 바빴을지… 결국 여러 방면에 신경을 쓰고 바삐 활동한 탓에 암이 생긴 것은 아닌지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암 치료 관련 서적을 다양하게 찾아보고 갖가지 치료책을 구하다가 '나에게는 모두 효과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는 부분은 그녀의 죽음을 이미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슬픔을 안겨 준다.  

 한편으로는 일본에는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지 않는 책들, 그리고 관심을 가지지 않는 세세한 분야에 파고드는 저자들이 많은 것 같아서 부러웠다. (특히 러시아 분야..) 물론 그만큼 관심을 가지고 구매해주는 독자가 있어 가능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또 엉뚱하게도 러시아어를 충분히 익히는 것보다 일본어를 배워서 이 책들을 접하는 게 빠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아무튼 '대단한 책'이다. 대단한 책들을 다루고 있는 요네하라 마리만의 책을 보는 관점이 녹아든 책이라는 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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