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의 한 다스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문화인류학, 개정판 지식여행자 7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이현우 감수 / 마음산책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이전에 읽었던 책보다 논쟁점들이 살아있는 책이다. 아무렇지 않게 넘기고 받아들이던 문제를 한 번 비틀어서, 삐딱하게 보는 요네하라 마리의 날카로운 시선이 느껴지는 책이다.  

 일반적으로 '한 다스=12개'로 알고 있지만 마녀의 한 다스는 13개라는 점에서부터 이야기는 출발한다. 인상적인 구절을 옮기고 감상을 덧붙인다.   

   
   더구나 식욕과 배설욕 모두 생리현상이지만, 비교해보면 전자의 '인풋'에는 신분계급차, 개인차가 현저한 데 반해, 후자인 '아웃풋'에는 기본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이러한 인류 공통의, 아니 살아 있는 것의 공통된 보편성이 확인되는 기쁨 때문에 우리는 이렇게 웃는 것이 아닐까.(93쪽)  
   

 

 

 

 
   신사인지라 김씨 입에서 나오지는 않았지만, '민족이 분단된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일본이다. 독일이 받고 있는 벌을 일본이 피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과 북조선이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암시하는 느낌을 받았다. 적어도 그러한 역사의 선택이 있을 수 있다는 역사적 필연성을 나는 그때 처음으로 느꼈다.(102쪽)  
   

   
   대상과의 거리를 코앞에서 한순간에 휙 늘이는 방법은, 갑자기 대상에서 멀어짐으로써 당사자도 상대방도 아닌 제 3자의 눈으로 바라보려는 시도다. 바로 그 낙차로 인해 웃음이 생기는 것이다.(180쪽)  
   

 

  첫번째 구절에서 <러시아 통신> 중에 나오는 기막힌 배설 관련한 재담이 떠올라 다시 웃음이 났다. 또한 배설에 대해서 한번도 인류공통의 보편적 속성이라고 생각해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러한 사실을 끄집어내는 요네하라 마리의 통찰력에 놀라웠다. 

  두번째 구절에서는 말로만 남의 입장에 서서, 배려가 무엇인지 다 안다는 듯이 내려다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요네하라 마리는 그런 사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은 이 부분은 약간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독도가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며,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보상할 만큼 했다고 내세우는 일본 정부와 극우파만을 떠올리다가, 일본이 짊어질 고통을 남·북한이 대신하고 있다는 발상을 일본인이 했다는 점이 매우 놀라웠기 때문이다. 

 마지막 구절은 내가 러시아에 있을 때 늘 했던 '내가 겪으면 비극, 남이 보면 희극'이라는 생각과 맞닿은 부분이 있어 공감하며 읽었다. 당시 아둥바둥 살면서 괴로워하다가, 남의 일처럼 생각하면 한순간 웃음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울다가 웃다가를 너무 심하게 반복해서 같이 갔던 친구가 걱정한 적도 있었다. 지금은 왜 그런 여유가 없는지, 앞으로는 내 일을 남의 일인양 여길 수 있는 여유를 길러야겠다. 

 

 덧) 아, 이 인용문 박스 왜 이렇게 나오지..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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