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오이 가든>을 읽으면서 삶과 동떨어진 기괴함을 느꼈다면 이번에 읽은 단편집<사육장 쪽으로>는 <아오이 가든>보다는 덜 징그러우면서도 섬뜩한 느낌은 한층 강해졌다. 이전 작품에서의 기괴감은 현실적이지 않아 공포스럽다기보다는 징그럽고, 이를 통해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싶기도 했다. 그런데 <사육장 쪽으로>에서는 <아오이 가든>보다 외형상 잔인함의 강도는 줄어들었지만 우리의 삶 속에 '악몽'을 끌어들여, 훨씬 효과적으로 공포감과 섬뜩함을 전달한다.  

 각 단편의 주인공들은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도시의 근로자들이다. 아이들 글쓰기 강사, 직장인, 치킨 장사꾼, 택배기사, 놀이공원의 퍼레이드 단원들 등 다양한 직업을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이들은 모두 빠듯한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매일 고단하게 일하는 사람들이다. 이처럼 힘든 일상에서 어김없이 끔찍한 사건들이 일어난다. 도시에 늑대가 나타나 늑대사냥꾼으로 변신한다든가, 기밀서류를 잃어버리고 정체성마저 잃어버린다든가, 사육장의 커다란 개가 아이를 물어뜯는다든가... 이런 끔찍한 일련의 사건들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고 할만큼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소설을 읽고 있을 때만큼은 내가 겪는 일인듯 생생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온다. 일상에 이처럼 자연스럽게 악몽같은 사건들을 끼워넣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다. 작가는 원래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악몽같이 지독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걸까, 이렇게 생각하면 너무 단순하게 생각하는 걸까. 

 이 소설에서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등장인물들도 처량하지만, 사람들이 멋대로 동물원 우리에 가두어 여기서 벗어나고자 하는 늑대나 코끼리도 처량하다. 오늘 얼핏 본 신문 기사에서 동물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의 부피를 줄이고 있다는데, 몸집을 늘려온 인간인 나는 뜨끔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튼 <사육장 쪽으로>는 강렬하고 현실감 있게 다가왔고, 작가의 최근작인 <저녁의 구애>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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