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지침서 (반양장)
쑤퉁 지음, 김택규 옮김 / 아고라 / 2011년 7월
평점 :
품절


 전에 이야기했듯이 아고라 출판사의 독자위원이 되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어제 쑤통의 <이혼지침서>, <젊음의 비결>, <봉제인형 도시의 살생부 사건> 이렇게 3권을 받았다. 기쁜 마음에 쑤통 소설을 먼저 집어들었다. 쑤통은 현재 중국에서 이름 있는 작가라고 한다. 중국소설이라고는 몇년 전 위화의 <허삼관 매혈기>를 읽은 것이 전부인 나로서는 어떤 소설일지 매우 기대됐다. 

 이 책에는 <처첩성군>, <이혼 지침서>, <등불 세 개> 세 가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처첩성군>은 장이모우 감독, 공리 주연의 영화 <홍등>의 원작이라고 한다. 영화로 만들어질 만큼 이야기는 시각적, 청각적인 묘사가 생생하다. 읽으면서 천줘첸의 집안은 어떤 풍경일지, 등장인물들의 용모는 어떨지, 페이푸가 부는 퉁소소리와 메이산의 노랫가락은 어떤 소리일지 상상하게 된다. 이 이야기의 내용은 간단하게 요약하면 살짝 싱겁다. 가부장 제도, 그 중에서도 처첩제도로 인해 여인들의 기구한 삶과 고통이 그것이다. 하지만 이런 만연한 소재에서도 이 작품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천줘첸의 네 명의 부인들은 각기 다른 성격을 지녔고 가부장적 제도 아래서 각기 어떻게 자신들의 삶을 끌고 나가는지 보여준다. 통통 튀는 여대생이었던 쑹렌이 마지막에 우물을 바라보며 "안 뛰어내려, 안 뛰어내려"를 외치는 모습은 소름이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남성우월적 시대를 극복한다는 내용보다는 담담하게 그려낸 비극적인 결말이 한결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어지는 <이혼 지침서>에도 지은이는 현실적인 모습을 담담하게 때로는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시대는 좀 더 현재에 가까워져 8~90년대가 배경인 듯하다. 주인공 양보는 이혼을 하기로 결심히다. 그는 아내가 너무 혐오스러워 일분일초를 배기지 못한다. 한시바삐 이혼하고자 그는 아내를 독촉하지만 아내 주윈은 이혼하지 않으려 발악한다. 남편은 이혼하려고 몸이 달아있고 아내는 이혼해주지 않으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한다. (그녀가 자살을 시도하자 형제들이 양보의 머리를 변기에 꽂아넣고 물을 5차례 내리는 장면이 압권이다) 양보는 내연녀에게조차 시달림을 당하고 여자에게 회의를 느낀다. 여기에 철저히 물질주의자를 대표하는 부자친구 다터우나 철학에 통달했지만 경제적 어려움으로 길거리에서 수박을 파는 라오진의 모습은 현대 중국인을 대표하는 면면(面面)이다. 당사자인 양보에겐 목숨을 내걸고 하는 이혼이지만 보는 독자들을 어느새 웃음 짓게 한다는 점에서 이 이야기는 시트콤과 닮아 있기도 하다.  

 마지막 소설 <등불 세 개>는 40년대 중국 내전을 바탕으로 씌어졌다고 한다. 취에 마을을 배경으로 오리를 치는 소년 비엔진이 등장한다. 그는 전쟁통에 마을 사람들이 모두 피난을 가도 그저 오리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 혼자 마을에 남는다. 남들은 그를 바보라고 부른다. 하지만 순수함을 간직한 비엔진은 누군가 눈물을 흘리면 가슴 깊이 아픔을 느낄 줄 아는 바보이다. 그는 오리를 찾다 만난 소녀와 흰 천과 등불 세 개에 대해 이야기하며 우정을 나눈다. 비록 흰 천이 전쟁에서 무엇을 상징하는지 소녀가 왜 등불 세 개에 집착하는지 비엔진은 이해하지 못하지만 전쟁이 얼마나 잔혹한 일인지 소녀와의 만남이 얼마나 의미 있는지 온몸으로 이해하고 행동으로 옮긴다. 이 작품 역시 바보 주인공을 눈을 통해 본 전쟁이기에 읽으며 미소를 짓게 되고 아니면 더 비극적인 느낌을 주기도 한다.  

(으아..실수로 backspace 누르고 앞이 하얘졌는데 다행이 임시저장이 되어 있었다..휴우우=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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