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아이러니스트의 사적인 진리 - 우연적 삶에 관한 문학과 철학의 대화
이유선 지음 / 라티오 / 2008년 10월
평점 :
예전에 지은이가 쓴 <리처드 로티>라는 책을 읽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났다. 철학책들은 읽다가 잠깐 내려놓으면 그것으로 영영 다시 들춰보지 않을 때가 많았는데 이 책은 그나마 다른 철학책들보다는 쉽게 읽히는 편이었고 로티의 프래그머티즘 사상에 공감하면서 읽어 내려갔던 듯하다. (하지만 지금 그 사상을 설명해보라고 하면 그저 웃지요..-_-;;) 아무튼 그 책을 읽은 영향인지, 지은이가 아는 언니와 동명이인이라 친숙하게 여겼는지, 앞표지에 철학이라는 단어가 그리 부담스럽게 다가오지 않았다.
다행히도 지은이는 일상적인 자기 이야기로부터 모든 꼭지를 풀어나간다. 이 앞부분이 무척 재미있고 공감이 가서 철학적인 내용을 설명하는 부분도 비교적 친근하게 다가왔다. 거기에 문학작품의 내용과 철학을 연결지으니 한결 이해하기가 수월했다. 서문에서 지은이가 밝혔듯이, 철학자들이 과학적인 철학을 표방해 객관성, 합리성, 보편성에 계속 집착한다면 많은 독자들을 놓치게 될 것이다. 이를 잘 아는 지은이는 '문학적인 철학'을 통해 좀 더 많은 이들에게 다가서려 한다.
얼마 전에 내가 알라딘에서 산 책목록과 도서관에서 빌린 책목록을 엑셀파일로 저장했는데 너무 소설에만 치우쳐 있어서 굉장히 충격을 받았다.(그나마도 많이 읽은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소설만 읽지 말고 인문학 분야의 책들을 고루 읽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책도 좀 보아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지은이는 철학 박사이자 철학을 대학 강단에서 가르치는 교수님인만큼 지하철에서 오가며 소설을 보아도 그 안에서 철학적인 사유를 읽어내는 매의 눈을 지녔다. 같은 책을 읽었어도 내 생각은 소설 안과 내 경험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었지만 지은이는 나의 상상 밖에 철학적 사고와 결부시켜 소설을 더 풍요롭게 해석했다. 이렇게 연결짓는 것 자체가 내게는 매우 창조적으로 여겨졌다.
책의 내용을 꼭지마다 정리하고 싶지만 그러자면 너무 길어질 듯싶고 한 두 꼭지만 뽑아낼 자신은 없다. 평소 내가 한번쯤 해 보았던 고민들과 가끔씩 들어보았던 철학적인 논의들이 쏟아져 나와 읽기 쉽게 쓰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쉽게 읽을 수 없어 오랫동안 들여다 보았다. 아직도 머리에 생각들이 얽힌 실타래처럼 엉켜있다. 그만큼 얻어갈 내용이 많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