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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랑찰랑 슬픔 하나 ㅣ 파란 이야기 22
황선미 지음, 김정은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7월
평점 :
첫 장을 넘기자 마자 시선을 사로잡은 한 문장....
작가님의 친필 사인과 더불어 쓰여진 말...
"슬픔도 의미가 있을 거예요"
마음의 준비를 했다.. 작정하고 슬픔에 대해 이야기하시려나보다.. 마음 단단히 먹고 읽어야겠다..
'찰랑찰랑'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라는데 사실 앞의 두 권은 읽지 못했다. 하지만 이 한 권의 이야기만으로도 '찰랑이' 봄인이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만 같다.
주인공 봄인이의 부모님은 의료봉사로 먼 나라에 계신다. 봄인이는 할머니와 삼촌과 함께 살았는데 할머니는 치매로 요양원에 계신다. 어떻게 부모님이 삼촌에게 아이를 맡기고 떠날 수 있나 의아해하던 순간 만나게 된 진실... 삼촌은 봄인이의 친아버지이다. 그리고 자꾸만 봄인이 주변을 맴돌고 삼촌과 만남을 가졌던 의문의 여자는 봄인이의 친엄마... 의도치 않게 알게 된 출생의 비밀(?)로 복잡한 마음에 친한 친구 영모의 갑작스런 전학 소식이 들려오고 결국 아픈 마음은 몸으로 전해져 급기야 입원하기에 이른다.
원치 않게 알게 된 엄마의 존재와, 말없이 사라진 절친과 자신의 마음은 몰라주는 것만 같은 삼촌 아니 아빠... 복잡하고 서러운 마음에 집을 나가기로 하고, 사라진 친구 영모의 존재를 마지막으로 확인하려다 우연히 영모와 재민이를 만나게 된다. 재민이는 이전부터 봄인이와 미묘한 감정을 주고받던 사이... 말없이 사라진 영모와 편한게 지내는 줄 알았던 재민이에게도 각자의 사연이 있음을 알게 되고 셋은 원래 봄인이가 엄마아빠와 살았던 집으로 간다. 까칠해 보이지만 알고보면 따뜻한 친구 재원이도 초대한다. 연락을 받고 찾아온 친엄마에게도 기회를 주기로 한다. 뒤늦게 온 재원이를 보고 왈칵 울음이 터지는 봄인이... 이럴 때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일반적인 어른의 시선에 봄인이는 참 안됐다... 양부모의 손에 큰 아이.. 양부모가 먼 곳으로 떠나고 서툴기만 한 친아빠와 지내는 아이.. 존재도 모르던 친엄마와 뜻하지 않게 마주친 아이.. 다정했던 할머니를 치매로 떠나보내야했던 아이... 가장 친했던 친구가 말없이 떠나버린 아이.. 이렇게 나열해보는 것만으로도 그 슬픔의 무게가 어른인 나도 감당하기 어려울만큼 너무나 무겁다.. 하지만 봄인이는 너무나 당차게 또 담담하게 그 모든 것들을 받아들인다. 너무 슬퍼 눈물을 펑펑 쏟기도 하고 아파서 앓기도 하고 못된 아이마냥 투정도 부리지만 이 정도는 너무나 당연한 아니 아주 소소한 반응이지 않을까 싶다.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우리 반 아이가 떠올랐다. 양육원에서 생활하는 아이... 누구보다 당차고 뭐든 열심히 잘하고 아이들에게 우리 반 에이스로 첫 손에 꼽히는 아이... 하지만 잘 웃지 않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이.. 더이상 아이를 보러 오지 않는 부모님의 이야기를 하며 아무렇지 않게 웃어 넘기는 아이... 어쩌면 슬픔도 잊어버린 듯한 아이... 이 아이에게도 슬픔의 의미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그날이 오길 바라며 책장을 덮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