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의 기린 파란 이야기 20
김유경 지음, 홍지혜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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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는 강렬하고 제목은 신선하다. 알록달록 색색의 꽃과 나무가 가득하고 커다란 기린이 다가오는 표지 그림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거기에 너무나도 낯선 기린의 접근은 대체 어떤 내용일까 의문을 잔뜩 불러 일으킨다. 그렇게 펼쳐본 이야기의 시작은 인공지능과 가상현실... 지구의 모든 일을 판단하고 결정하는 인공지능 에모스가 만든 유토피아 '리버뷰'로 인간의 대부분이 옮겨가고 10% 남짓의 인구만이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다. 가족들이 모두 리버뷰로 옮겨 간 상황에서 리버뷰로의 이주를 준비하고 있던 주인공 재이는 무슨 이유에서인가 세 번이나 이주에 실패하고 그 이유를 찾는 과정에서 동물들과 관련한 추악한 진실을 알게 된다. 동물의 이주 실험은 실패를 거듭했고 실패한 동물들은 인간과 달리 생명을 잃게 된다. 결국 에모스는 동물 이주를 포기했지만 반려동물을 데려가고 싶어한 일부 사람들의 욕심으로 동물실험이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반려 동물과 함께 있기 위해 가족들과 떨어져 자발적으로 이주를 표기한 친구 소라와 동물들과의 특별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진 재이는 이런 사실을 알고 동물들을 지키기 위해 힘을 합친다.

이 책은 질문을 부른다. 끊임없이 질문이 몰려온다. 리버뷰로 옮겨가고 나면 남는 육체는 어떻게 되는 걸까? 아이만 두고 가족들이 모두 리버뷰로 가버리는 선택을 정말 할 수 있나? 에모스가 돌봐준다고 해도 초등학생 아이가 혼자 남아서 장기간 생활하는 것이 가능한가? 가족이 함께 리버뷰로 이주하는 과정에서 어른부터 먼저 다 이주한 후 아이가 따라가는 것이 맞나? 정말 리버뷰처럼 가상현실로 옮겨가서 영원히 삶을 유지하는 것이 진정한 삶일까? 정말 행복할까? 나의 모든 것을 인공지능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다 관찰하고 있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인간이 지구 파괴의 주범이라고 간주되어 90%의 인구를 리버뷰로 이주시키고 지구상에서 사라지게 한다는 결정은 결국 인간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의미 아닐까? ..... 질문이 꼬리를 물고 계속 따라온다. 반려동물에 대한 책임감과 생명의 소중함,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 것 같은데 내게는 자꾸 인공지능 이야기가 더 크게 다가온다. 어쩌면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미래를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부터 깊게 생각해보고 싶어진다.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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