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멋진 일을 하셨소? - 조선의 별별 전문가들
김영숙 지음, 방상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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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와 제목부터 위트가 넘쳐난다. '조선의 별별 전문가들'이라는 부제목에서 알 수 있듯 조선시대의 여러 가지 직업에 대한 이야기이다. 표지 그림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노란 바탕에 자신감 넘치는 이들의 표정과 당당한 모습은 그들의 전문성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어떤 전문가들에 대한 이야기인지 빨리 만나보고 싶어진다.

현재에도 인기 있는 직업을 가진 이들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음을 알려 주는 첫 번째 장부터 시작해서 지금은 사라진 직업들, 가치가 달라진 직업들까지 다양한 전문가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특히 첫번째 장의 여러 직업들은 지금 봐도 참 매력적이다. 글을 몰라서 억울한 일을 호소할 수도 없었던 백성들을 위한 변호사 외지부와 지금도 어려운 통역일을 척척 해내며 사신단의 자질구레한 일들까지 도맡아 처리했던 역관, 열악한 조건에서도 과학적으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오작인까지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었다. 지금은 매우 인정받고 존경받는 직업인데 조선시대에는 대부분 중인이하의 신분을 가진 이들이 했던 일이며 사회적으로 크게 존경받지 못했다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그런 기분은 마지막 장에서 더 도드라졌다.

높은 수준의 기술을 가진 소위 '장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 마지막 장을 읽으며 뛰어난 기술을 지녔음에도 신분이 낮다는 이유로 천대받고 무시 받았던 이들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이제는 달라진 사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직업에 대해 귀천을 갖고 업신여기거나 무시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는 것은 어쩌면 그때의 잘못된 사고방식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가볍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책인데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이 좀 무거워지기도 한다.

그러저러한 생각들을 다 접고 순수한 궁금증으로 책을 대하면 새로운 사실을 알려주는 신기하고 재미있는 직업 이야기로 즐겁게 읽어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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