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회의 진정한 의미를 깨달으며..

오백 년째 열다섯 4 - 구슬의 미래 ㅣ 텍스트T 14
김혜정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4월

첫 권을 처음 만났을 때 너무 직관적인 제목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했었다. 그대로 끝인 줄 알았는데 2권, 3권이 나오는 걸 보고는 궁금해졌다. 도대체 어떤 이야기길래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되는 걸까? 그렇게 1권을 집어들었고 순식간에 읽어내렸다. 야호가 된 사연과 긴 세월 함께 한 세 모녀의 살가운 이야기들에 나도 모르게 마음을 빼앗겼다. 2, 3권을 읽어가던 중 접하게 된 4권의 출간 소식에 속도를 냈다. 그렇게 만나 본 네 번째 이야기는 야호와 호랑 전체의 커다란 위기!!!

어린(?) 나이에 야호와 호랑 모두의 수장이 되어 누구보다 깊은 고민을 하며 주변의 모든 이들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주인공 가을의 모습이 정말 대견스러워 보였다. 한 편으로 생각하보면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어쩌면 어른인 나보다 더 현명하고 신중한 것이 당연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러고보니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나이가 어리지만 누구보다 사려깊고 현명하게 행동하는 게 같은 맥락인가보다.

남들과 다르다는 건 때로는 굉장한 매력이 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적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어쩌면 야호랑의 이야기는 현재에서 혐오의 대상이 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의미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가을은 매 순간 고민하고 괴로워한다. 비극적인 미래를 보고 지금의 선택으로 인해 후회하지 않을까 고민하는 가을에게 진이 건넨 후회의 의미는 무척 인상적이었다.

후회의 진짜 뜻은 '내가 왜 그랬지'가 아니라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라고... 후회는 과거를 위한 게 아니다.

미래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장 값진 방법으로 실천하는 가을의 빛나는 미래를 축복한다.

길고 길었던 가을의 이야기는 끝이 났지만 어디에선가 또다른 야호랑이 우리 곁에서 새로운 이야기를 펼쳐갈 것만 같다. 새로운 만남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