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샤 창비청소년문학 117
표명희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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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과 마음의 벽을 넘어 진짜 나를 찾아가는 여행, 차별과 혐오의 시대를 이겨 내는 사랑과 우정의 연대가 담긴 책'

이 책의 소개 문구를 보고 고민 없이 책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책 표지에 보이는 여자와 비행기에서 아랍문화권의 여자 이야기일 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궁금증이 더해져 검색해보니 공항에서 머무르며 다른 곳으로 갈 수 없는 난민 가족의 이야기라고 했다. 난민... 내가 사는 곳은 작년에 난민 수용 문제로 매우 시끄러웠던 곳이다. 인근 지역은 아니었기에 피부에 직접 와닿는 건 크지 않았지만 해당 지역에서는 많은 이견이 오가며 논란이 지속되었다고 들었기에 이 책에서의 난민들에 대한 시선이나 접근이 더 궁금하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받았다.

<책 내용 스포 있음>

하만과 아델 부부,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 버샤, 텔민, 세실, 나즈... 영향력 있는 가문의 일족인 하만의 가족은 내전으로 나라가 혼란해져 위험을 피해 이곳 저곳 떠돌다 한국으로 오게 되었다. 그러나 입국을 허락받지 못하고 공항 내 정해진 구역에서만 머무를 수 있는 처지가 된다. 큰 충격으로 말을 잃은 버샤의 입장에서 서술되는 가족의 이야기와 공항의 풍경, 우연히 만난 공항 임시직원 진우와의 교류... 그리고 말을 잃게 된 사연과 버샤라는 이름에 얽힌 사연까지... 끝까지 읽고 나니 단순히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억압을 딛고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주인공 버샤는 아랍 문화권에서 자란 여자이지만 더 넓은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펼쳐보이고 싶은 욕구를 지니고 있으며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았다. 어릴 때에게는 남성중심 문화의 굴레에서, 일부다처제라는 체제의 굴레에서, 이슬람의 문화를 벗어나 난민의 지위가 된 현재에는 한정된 공간의 굴레에서, 아랍계 사람들을 경계하고 하대하는 문화적 차이의 굴레에서, 그리고 난민이라는 위치의 굴레에서 끊임없이 속박당하고 억압당했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않으며 자신을 숨겨왔으나 진우라는 새로운 기회와 희망을 만나 결국 자신의 의지로 모든 것을 극복하고 도전이라는 용기를 낸다.

이것이 어찌 난민의 이야기일까... 나를 둘러싸고 억압하는 속박과 굴레를 벗어나려 애쓰는 모든 이들을 위한 이야기라고 보는 게 훨씬 더 타당할 것 같다. 여자여서, 가난해서, 비정규직이어서, 중소기업 직원이어서, 신체적인 결함이 있어서 또 그밖의 수많은 이유들로 똑같은 대우를 받지 못하는 모든 이들에게 바치고 싶은 이야기이다.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본인의 주관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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