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온라인 서점과 신간 소개 코너에서 계속 눈에 띄던 한 권의 책, 정지아 작가님의 '아버지의 해방일지'였다. 처음 본 순간부터 이상하게도 내 마음을 파고들었다. 인상깊게 보았던 드라마 제목과 비슷한 제목 때문인가, 눈을 청량하게 하는 초록색 표지 때문인가, 생각만 해도 가슴이 저릿해지는 '아버지' 세 글자 때문인가... 무슨 이유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꼭 읽고 싶었다.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까 너무 궁금했다. 그러던 중 창비에서 서평단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들었고 책을 받자마자 정말 단숨에 읽어내렸다.
장례식 3일 동안 펼쳐진 이야기인데 몇십 년의 근대사가 모두 녹아 있는 듯 했고, 가족이나 친지, 친구뿐만 아니라 조문하는 모든 사람들의 저마다의 사연과 아버지에 대한 그들의 마음과, 주인공의 마음이 한 데 얽혀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불러 일으켰다. 분명 아픈 역사의 한 장면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각각의 에피소드와 그걸 전하는 말투는 너무나 유쾌해서 눈물이 글썽하다가도 웃음이 픽 나오고 가슴 한 켠이 아려오는 이상한 경험을 읽는 내내 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