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 - 제15회 창비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113
나혜림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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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끝에서 용기를 주는 성장소설....


이 책을 처음 만났을 때 나의 눈길을 사로 잡았던 띠지의 문구... 그 짧은 문구에 강렬하게 이끌렸고 거기에 대한 기대감으로 읽어나갔다. 하지만 책을 읽어갈수록 내가 얼마나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용기'와 '성장'이라는 낱말이 가지고 있는 아니 그 낱말들에 대해 내가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얼마나 견고하고 편협한 것이었는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휴가 나온 악마와의 만남... '만약에' 한 마디면 달콤하고 화려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데 끝까지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자신의 의지로 더 나은 생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는 주인공... 그리고 그 주인공에 대해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지지(?)를 보내는 악마... 둘의 케미가 소소한 재미를 주면서도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철이 들어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워진 아이의 모습에 마음이 아린다. 악마와의 만남이, 그로 인한 깨달음이 아이의 생에서 조금은 더 나은 기회가 되기를, 평생 선택해 본 적 없는 아이에게 꿈꿀 수 있는 선택지가 주어지기를 기대했지만 오히려 더 악화되는 상황들에 나도 모르게 분노하고 좌절하고 절망해 버리기도 했다. 다행히 대부분의 성장소설이 그러하듯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을 하고 더 나은 미래를 꿈꾸며 끝을 맺지만 그 결말이 조금은 불만스럽기도 하다. 과연 그게 아이의 선택과 의지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일까 싶은 마음에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부끄러웠다. 


 "밤은 주인공의 시간이야. -중략- 주인공의 이야기가 어떻게 끝날지는 아침이 되어 봐야 아는 거야. 인생도 마찬가지고. 마냥 어두은 것 같아도, 그 밤이 지나고 햇빛이 비출 때 어떤 모습일지는 너희가 결정하는 거다." (130~131쪽)

 

 주인공 정인은 지금 밤을 지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가 맞는 아침은 어떤 시간일지 아무도 모른다. 찬란하게 빛나는 아침을 맞이하기 위해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하고 어떻게 나아갈지 고민하고 노력하라는 건 가난에 찌든 조손가정 아이에겐 가혹해 보인다. 

 이 책의 제목이 '클로버'인 것은 네잎클로버가 행운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클로버가 응달에서도 꽃을 피우는 식물이기 때문이다. 클로버처럼 지금은 밤에, 응달에 가려져 작고 약해 보이지만 그 와중에도 예쁜 꽃을 피워낼 거라는 기대를 주는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고 가혹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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