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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그림자 1 ㅣ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알게된 것처럼 모든 것들은 우연하게 이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읽고 나서는 구조가 어떻고, 내용이 어떤가에 대해서 분석적으로 들여다보지 않는 이상은 재미있다 혹은 재미없다 이외의 생각이 떠오르는 경우는 잘 없다. 바람의 그림자가 재미있었다고 하지만 무슨 분석글을 쓰기 위해서 읽은 것이 아닌 이상 마찬가지이다. 결론은 '재미있다'라는 것이고 재미있다라고 말하는 책들 중에서도 꽤나 재미있는 축에 속해서 어느 순간 내 시선을 쏙 빼가고는 탁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할 수가 있을 듯 하다. 그러니깐 읽다가 눈이 아파질때까지 읽게되는 정도.
어떤 이야기들에서는 매력적인 주인공에 홀려서 그 이의 눈과 귀와 마음에 함께 하게 되곤 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 파람의 그림자에서는 단 한사람에게만 함께하게 되기보다는 이야기의 흐름에 엮여서 흐르게 된다. 처음 시선을 함께하게 되는 다니엘. 다니엘이 카락스의 발자취를 따라가면서 느끼는 흥분과 설레임과 궁금함을 같이 느끼게 된다. 그리곤, 또 어느순간에는 우리는 다시 훌리안이 되어서 다니엘을 바라보는 눈길을 함께하게 된다. 이러한 시선의 변화를 크게 눈치채지 못할만큼 이야기가 매끄럽고도 빠른 호흡으로 진행이 된다.
서스펜스. 혹시 이야기의 길을 따라가다가 그 길의 마지막 지점에 뭐가 있는지를 알게 되면 재미없을까 걱정이 될 수도 있다. 크게 어렵지 않은 결말이다. 그러나, 여행 종착지가 어딘지 알고 있다고 가는 길이 즐겁지 않은건 아닌 것처럼, 지레 짐작이 되어도 크게 문제는 없다. 거기까지 가는 길이 다채로우니 말이다.
어느 이야기가, 아니 어떤 삶이 우연한 만남 혹은 관계가 없이 이루어질 수 있겠냐만은, 특히나 이 이야기를 읽을때쯤에 관계에 대한 생각이 다시 생각의 일부를 차지하던 때 였기 때문이었겠지만, 다니엘이 '바람의 그림자'를 만나는 그 우연한 만남과 페르민과 다니엘이 만나는 그 우연한 순간, 무엇보다 그 우연한 만남들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을 해보게 된다. 이런 자신의 작은 상념들을 이야기에서 다시 찾아서 또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이야기를 읽는 또 다른 큰 재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