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이 닫혀 있어 비르케나우에서 나오는 악취가 들어오지 않은 따뜻한 방 안에서는 회반죽, 벽돌 부스러기, 그리고 물에 젖은 나무 냄새가 났다. 이런 냄새를 느끼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마치 콧구멍 속에 곰팡이가 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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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이런도 인용한 바 있는 <역사의 간계(The Cunning of History)>에서 저자인 리차드 L. 루벤스타인은 나치의 전체주의와 인종 말살 정책은 서구 유럽의 주요 국가들에서 실시되었던 노예 제도에 그 뿌리가 있다고 주장한다. 결국 악은 또 다른 악을 재생산하고 인간은 타인이 저지른 악에 고통받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악의 재생산과 확대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미국도 나치의 인종 차별주의를 비난하면서 떳떳할 수만은 없는 것이고, 윌리엄 스타이런은 <냇 터너의 고백>과 <소피의 선택>에서 바로 이런 점을 주장하는 것이다.-48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