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육장 쪽으로
편혜영 지음 / 문학동네 / 2007년 7월
구판절판


그는 매일 같은 시각에 집을 나서기 위해서 같은 시각에 잠에서 깨어났고, 그러기 위해서 날마다 비슷한 시각에 잠자리에 들었다. 그에게는 졸음이나 식욕, 성욕 따위도 시간을 지키며 찾아왔다.-39쪽

이렇게까지 써야 하는가, 하고 묻고 싶은 작가들이 있다. 이렇게밖에 쓸 수 없다, 하며 그들은 난감해한다. "작가는 '가지고 있는가, 가지고 있지 않은가'로 결정된다"(츠지 히토나리)고 했던가. 예컨대 '가지고 있지 않은' 작가는, 나는 이렇게도 쓸 수 있고 저렇게도 쓸 수 있다, 라고 말한다. 그들은 프로다. 그러나 그들에게 어울리는 말은 라이터(writer)이지 작가(作家)가 아니다. '가지고 있는' 작가는 이를테면 "이렇게밖에 쓸 수 없다"고 말하는 작가들이다. 머리와 가슴과 손이 완강하게 결합되어 있는 이들이다. (...) 그녀는 '가지고 있는' 작가다. (신형철 해설, 섬뜩하게 보기)-233쪽

그들에게는 더 리얼한 것, 더욱더 리얼한 것에 대한 갈급이 있다. 그럴 때 소설은 리얼리티 혹은 리얼리즘을 초과한다. 육체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가? 살갗을 애무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살갗을 절개해야 하고, 피를 흘려야 하며, 내장을 꺼내야 한다. 이것이 내장을 만지는 글쓰기다. (신형철 해설, 섬뜩하게 보기)-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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