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아는 것이라고는 아이가 자신의 근거라는 것뿐이었다. 남자가 말했다. 저 아이가 신의 말씀이 아니라면 신은 한 번도 말을 한 적이 없는 거야.-9쪽
어떤 사물의 마지막 예(例)가 사라지면 그와 더불어 그 범주도 사라진다.-35쪽
그는 회색 빛 속으로 걸어나가 우뚝 서서 순간적으로 세상의 절대적 진실을 보았다. 유언 없는 지구의 차갑고 무자비한 회전. 사정없는 어둠. 눈먼 개들처럼 달려가는 태양. 모든 것을 빨아들여 소멸시키는 시커먼 우주. 그리고 쫓겨다니며 몸을 숨긴 여우들처럼 어딘가에서 떨고 있는 두 짐승. 빌려온 시간과 빌려온 세계 그리고 그것을 애달파하는 빌려온 눈(目).-149쪽
남자는 떠오르는 모든 기억이 그 기원에 어떤 폭력을 행사한다고 생각했다. 파티의 게임에서처럼. 말을 다음 사람에게 전달하는 게임에서처럼. 따라서 아껴야 한다. 기억하면서 바꾸어버리는 것에는 알든 모르든 아직 어떤 진실이 담겨 있으니까.-1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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