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을 위한 왈츠
윤이형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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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한 덩어리의 생각이었어요. 술 취한 밤에 밀려드는 서러움 같은 막연함, 디테일이 없이 몇 개의 희미한 선들로만 이루어진 스케치와도 같은 문장들이었죠. (검은 불가사리)-29쪽

그 문장은 나무로 된 간판에서 뜯어낸 활자처럼 대롱거리며 오른쪽 안구의 바로 뒤에서 왼쪽 귀 뒤까지 대각선으로 걸려 있었다. (피의일요일)-85쪽

다음 순간, 나는 있었다. (피의일요일)-110쪽

우리에게도 고통스럽게 가슴을 조여드는 기억과 언제나 사정거리 밖에 머무르는 꿈은 있었다. (피의일요일)-119쪽

문이 미래를 뜻한다는 사실을 한참 동안 이곳에서 웅크리고 지낸 후에야 알았어. (DJ 론리니스)-189쪽

하지만 일렉트로니카는 달랐어요. (...) 어떤 면에서는 상당이 뻔한 음악이죠. 그 뻔하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어요. 꼭 제 인생처럼 느껴지더군요. 어디에나 호환이 되는 인생. 어디에나 믹스가 되는 인생. 제 하루는 뚝 떼어내서 지구상의 육십억 인구 중 누구의 삶에 갖다 붙여도 표가 나지 않을 거예요. (DJ 론리니스)-215쪽

그가 나를 보더니 물었다. 자네는 문제가 뭔가? 왜 그렇게 많이 마셨나? 나는 휘청이는 몸을 겨우 바로잡고는 <식스 센스>의 할리 조엘 오스먼트 같은 촉촉한 눈을 하고 이렇게 대답했다. 제겐, 죽은 꿈이 보여요. (DJ 론리니스)-220쪽

"데크 하나에는 꿈을, 다른 하나에는 현실을 걸기 위해서. 달콤한 꿈에서 힘겨운 현실로, 다시 그것을 이겨내는 꿈으로, 그렇게 끝없이 믹스되면서 이어지는 게 삶이니까...... 그리고 그 가운데엔 크로스페이더가 있죠. 누구도 원하는 대로 하나의 음악만 들으면서 살아갈 순 없어요. 곡이 지루하게 느껴지면 반대쪽으로 크로스페이더를 밀어붙여요. (...)" (DJ 론리니스)-222쪽

나는 당신이었어. 당신이 되고 싶어 한 모습이었어.
나는 당신이었어. 당신이 걸을 수 없었지만 결코 버리지 못했던 길이었어.
나는 당신이었어. 빛나지 않는 그 모든 순간에조차.
나는 당신이었어. 당신을 유일하게 하는 음악이었어.
나는 당신이었어. 당신의 꿈이었고, 외로움이었어.(DJ 론리니스)-231쪽

무언가 썩고 있다. 은은하게.
특별할 것 하나 없는 날의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권태처럼. (판도라의 여름)-3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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