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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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스무 해를 넘긴 언니와 나의 육체는 엄마가 팔아온 수천 개의 만두로 빚어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25쪽

나는 어머니가 해주는 음식과 함께 그 재료에 난 칼자국도 함께 삼켰다. 어두운 내 몸속에는 실로 무수한 칼자국이 새겨져 있다. 그것은 혈관을 타고 다니며 나를 건드린다. 내게 어미가 아픈 것은 그 때문이다. 기관들이 다 아는 것이다. 나는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물리적으로 이해한다.-152쪽

나는 엉거주춤 언니에게 5만 원을 찔러준다. 언니는 기겁하며 손사래를 치고, 나는 받으라고 우기며 우스갯소리를 한다.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늘 같은 식이다. 그것은 서로 덜 면구스러워질 수 있는 최소한의 연기, 온전히 속아주기만을 위해 고안된 격식과 같다. 언니가 사는 곳 앞에 깔린 인조 잔디처럼 어떤 소중한 가짜.-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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