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네 방 - 내가 혼자가 아닌 그 곳
언니네 사람들 지음 / 갤리온 / 2006년 3월
품절


미혼의 섹스가, 쓰임새는 모르지만 크기별로 갖춰진 포크와 나이프가 접시 옆으로 줄줄이 시위하고 있는 정찬 디너였다면, 내가 경험한 기혼의 섹스는 물에 만 찬밥과 열무김치, 된장에 풋고추 찍어 후다닥 먹어치우는 시골 밥상이다. by 나름-167쪽

그러나 나는 가끔 궁금하다. 나는 내 작은 변화들이 생태주의라는 윤리적 지향에 따른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트렌드로서의 웰빙 열풍에 휩쓸려 있는 건 아닐까 하고. 내가 이미 합법적인 선택지들을 편안하게 소비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있다면, 그것이 '새로운 윤리의 실천'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은 것이다. 트렌드와 생태주의는 각자 대립할 수밖에 없는 가치를 좇는다. 그럼에도 주방용품에 붙는 환경마크가 중요한 광고전략임과 동시에 그 환경마크를 좇아 물건을 사는 행위가 생태주의적 실천일 수 있는 사회에서, 이 둘은 잘 구분되지 않는다. 트렌드로서 웰빙이 득세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대적 윤리로서 생태주의가 간절이 요구되는 사회에서, 감수성은 이 둘간의 불편한 동거 사이 어딘가에 자리 잡고 있다. by 모래-217~218쪽

또 여성의 이름으로 반전을 말하는 건, 나보다 더 세거나 위협적인 놈을 죽이거나 그 밑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해결방법을 모르는 남성적 위계질서의 빈약한 상상력에, 여성들이 원하는 건 보호가 아니라 모든 폭력의 종식이라는 것을 더욱 더 큰 목소리로 들려줄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by 페이퍼문-221쪽

일명 '속 깊은 동성 친구 지키기' 프로젝트에서 지켜야 할 첫째 조항은 '못 견디게 외로울 때 친구를 찾아라'이다. 단, 자기 몫의 외로움은 남겨두어야 한다. 자기 몫으로 남겨져 있는 외로움만큼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인정한다면 친구에게 얼마든지 위로를 요구해도 된다. by 성지-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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