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목소리는 사람의 귀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발바닥으로 파고들어 귀에까지 이르는 것 같았다. 메이비의 목소리는 피처럼 온몸을 통과해 심장으로 전달된 후 마음의 밑바닥을 돌멩이로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15쪽
전골을 먹는 도중에 한마디도 하지 않던 이수연 기자는 밥그릇이 깨끗하게 비워지자 숟가락을 놓으면서 휴, 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익사 직전의 상태에서 인공호흡을 받고 깨어난 듯한 모습이었다. 밥 알갱이 사이사이에는 역시 공기가 많이 들어 있으니까.-49쪽
귤 속에 가득 들어찬 알갱이들처럼 찬기의 얼굴에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2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