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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언어
김겨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11월
평점 :
겨울이 왔다. 코 끝이 시린, 안경에 김이 서리는 겨울이 왔다.
그리고 <겨울의 언어>도 왔다.
책을 좋아하게 된 뒤로 챙겨보는 유튜브 [겨울서점]. 진짜 빼놓지 않고 다 보고 있는데, 빵빵 터질때도 많고, 엉엉 울때도 있었다.
혼자 내적 친밀감을 쌓아가고 있었는데 겨울님의 신간이라니 아니 읽을 수 없었다. 이 책을 다 읽을 이 시점에 나는 새 책을 한 권 더 주문했다. 뭐할라고 두 권이나 갖고 있는지 ㅋㅋㅋㅋ
아무튼, 이번 <겨울의 언어>는 저자가 오랜 기간 기고해왔던 글들을 묶고, 이 책을 위해 새로운 글도 써서 함께 담았다.
분명 기고한 곳이 각기 다 다른데, 이 책을 읽고나면 그런 느낌이 하나도 들지 않는다.
그냥 '김겨울'자체의 느낌이라고나 할까.
취지가 달랐을수도 있지만, 김겨울이 썼기에 그 바탕이 김겨울이라서 글의 연결이 엄청나게 매끄럽다. 그냥 '김겨울'을 주제로 한 에세이를 쓴 듯한 기분이다.
이 책은 1~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다소 어렵게 느낄 수 있지만 뒤로 갈수록 순조롭게 읽을 수 있다. 처음은 생각을 하면서 읽었다면, 중반 이후부터는 깔깔대기도 하고, 맞아맞아 공감도 하면서 읽었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로 많은데, 그 이야기를 할 때 저자는 여지없이 울거나 웃고 있다. 책에 진심이라는 마음이 읽는 독자들에게 진하게 전해질만큼 저자는 정말 책에 사랑을 주고 받고 있다. 나도 이만큼 책을 사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다.
내가 철학이라는 분야를 읽게 된 계기도 [겨울서점]이었다. 전공이 철학이다보니 저자가 자주 언급하는 것도 있지만, 내가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면 읽지 않았을 분야다. 하지만 저자가 이야기 해주는 철학은 너무 흥미로운 것들이 많았고, 점차 철학책을 한 권씩 읽어가고 있다. (하지만... 어렵다ㅋㅋ)
이렇게 저자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힘들 때, 휴식이 필요할 때 책을 찾는다. 뭔가 안정이 필요할 때 주로 찾는 편인데 그냥 읽고 끝내지 않는다. 줄을 긋고, 인덱스를 붙이고, 독서노트를 쓰고, 정리해서 이렇게 글로 남긴다.
이 과정을 10년정도 해왔다. 꾸준하게. 천천히.
그럴때마다 책은 배신하지 않고 나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공감해주었다. 그냥 존재만으로도 나를 다독여주었다. 그래서 더 애착이 깊고 또 깊다.
나는 너무 뿌듯한데, 주변에서 가끔 눈총을 받는다.
'그거 왜 해? 시간 아깝지 않아? 효율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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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할 말은 없지만, 속은 상한다.
나는 안정이 필요해서, 살고 싶어서 시작하는거고 나의 유일한 취미이자 숨구멍인데 그렇게 말을 하면 나는 속이 상한다. 가끔은 '네가 책으로 위로 받아봤어? 네가 해주는 것보다 훨씬 나아!!'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현실은 입도 뻥끗 못하고 듣고만 있는 멍텅구리다.
그럴수록 나는 책에 더 빠져들어 간다.
나의 마음을 몰라주는 걸 듣고 싶지 않아서. 상처받은 이 마음도 책으로 위로 받고 싶어서.
그런데 저자가 이 책에서 말했다.
'무의미한 시간은 없다'고.
오늘 새벽녘에 거실에서 스탠드 하나에 의지해 이 구절을 읽다가 울컥했다.
너 잘하고 있다고. 그렇게 하면 된다고. 분명 이 시간이 너에게 유의미하게 다가올거라고.
이렇게 쌓아올린 시간들이 지금의 레미가 되어 있다고.
뿌엥-
이 맛에 책 읽지.
이렇게 또 한 번 책으로, 겨울이 건네는 그 언어로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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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나는 지금도 나를 쌓아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돈도 안 되고, 시간만 낭비하는 것 같지만 언젠가는 이 시간도, 이 기록도 빛을 볼거다.
그렇게 나는 오늘도 쌓고 또 쌓아간다.
15쪽.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겨울이다. 또한 이것이 내가 기억하는 거의 모든 겨울이다.
36쪽. 제대로 배우고 비판받고 읽고 쓰고 싶었다.
38쪽. 세상을 보는 안경들은 내내 흥미롭다. 나의 자리는 어디일까, 땅을 더듬어가며 정착해본다.
82쪽. 삶은 모든 때에 있으므로 매 시간 자신을 똑바로 바라보아야 한다.
112쪽. 북튜브의 전망은 도서 시장의 전망만큼이나 불확실할지 모른다. 그러나 마음이 통한 사람들이 모이는 커뮤니티는 주인장이 불을 켜두는 한 계속된다.
113쪽. 책만이 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161쪽. 그렇게 애서가는 쌓여가는 책을 두고 투덜대면서 또 책을 사고 사고 습관처럼 사고 마는 것이다.
253쪽. 커피는 카페인 성분 때문에 실제로도 연료료 가능하지만, 그보다는 마음의 연료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