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마음
임이랑 지음 / 허밍버드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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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되면 나의 내면에서 가장 진실된 이야기가 나온다. 작은 불빛 하나에 의지해 적막감 속에서 나 스스로에게 묻는 그 시간. 그렇게 일기를 써내려가면 나의 깊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온다.



밤에 할 수 있는 이야기는 그다지 밝지 않다. 내면에는 기쁨도 있지만, 상처도 있기 때문. 그 상처에서 우러나오는 이야기가 마음껏 나온다. 인간관계, 불안감, 자기혐오 등 낮에는 쉽사리 꺼내지 못했던 속 깊은 이야기가 드러나는 <밤의 마음>을 소개한다.





<밤의 마음>은 잠이 오지 않는 밤에 가장 읽고 싶은 담담한 위로를 전한다. 밴드 '디어클라우드'에서 베이시스트로 활동하는 저자 임이랑은 음악과 글이라는 장르를 모두 다루다보니 글을 읽으면서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그래서 감성적인 글이 가득 담긴 이 책은 '밤'에 더욱 잘 어울린다.




책의 표지에 있는 사진과 색감이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 책을 다 읽고 나서야 더 명확히 느낄 수 있다. 쓸쓸함, 불안감, 우울감이 느껴지다가도 자유로움, 시원함, 담담함이 묻어난다. 진짜, 이 책을 읽어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우리는 이 얄궂은 롤러코스터에 계속 앉아있어야 한다.

<밤의 마음> 67쪽



하루에도 수십번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는 기분이다. 나의 감정이 오르락 내리락 게다가 아주 빠른 속도로 널뛰듯 움직인다. 낮 동안 감정을 제대로 느낄새도 없이 온갖 감정에 휘둘리다가 모두가 잠든 밤이 되면 홀로 멍하니 앉아 감정들을 곱씹게 된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회오리바람 속에 살아가는 기분이라 밤에 그렇게 힘들수가 없었다. 유난히 고된 낮 시간을 보내고 나면 밤에 펑펑 울어댔다. 쏟아내는 눈물을 통해 낮에 느꼈던 감정들이 다 흘러나가길 바랬다.




아이들을 사랑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고된 육체의 고통, '나'라는 이름을 잃고 '엄마'라는 존재로만 살아가야하는 부담감, '나'라는 이름을 되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무서움, 내가 잘 하고 있는건가 싶은 불안감이 5년이상을 나를 감싸고 돌았다.




나는 이걸 과연 떨칠 수 있을까.






'존재하지도 않는 곳을 향해 달리고 있지는 않나?' 의심에 휩싸일 때마다 '괜찮아, 언젠가 도착한다' 주문을 건다.

<밤의 마음> 168쪽



'언제까지 이 롤러코스터를 타야할까?' 수백번 고민해보지만, 명확한 답은 내려지지 않았다. 마지막 생각에 다다랐을 때는 '그냥 타자.'였다. 엄마가 된 이상 아이들이 클 때까지는 정말 답이 없었다. 내 감정을 내가 인정하고 다독이는 수밖에.




이 책의 구절처럼 '언젠가 안정되겠지'하는 마음을 품게 되었다. 그 마음을 품게 되기까지 꽤나 오랜 시간이 들었지만, 그래도 깨달았음에 나는 참 감사하다. 이렇게 인정하는 순간, 불안감이 점차 사라짐을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이왕 시간을 들여 책을 읽고, 깨닫는 것들을 나누겠다고 마음 먹었는데, 가끔 현실이 자각되는 타임이 온다. 그럴때마다 다 놓고 싶다는 생각을 하곤 하는데, 이 또한 얼마 가지 않고 나는 또다시 읽고 쓰고 있다. 이것도 다 언젠가 다 된다는 마음으로 말이다.




최근까지도, 아니 오늘 아침까지도 나는 '이거 해서 뭐하나' 싶었다. 하지만, 차분하게 앉아 독서노트를 쓰고,

플래그를 붙여둔 문장들을 다시 읽으니 또 마음이 새록새록 돋아난다. '분명 언젠가는 도착할거야..!'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밤의 마음> 243쪽



매 시간을 위태롭게 살아가면서 안정을 갈구해왔다. 안전제일주의여서 불안함을 느끼는 순간 너무 크게 휘청이는 내 자신이 싫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다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





-





<밤의 마음>에서 내가 느낀 감정은 '솔직함'이었다. 천천히 읽어가면서 '이거 이렇게 우울해도 괜찮나?' 싶다가도 '이게 진짜 우리의 마음이잖아.'하는 생각이 들었고, '이거 더 우울해지는거 아닐까?' 하다가도 '내 마음을 알아주는 느낌'에 나는 다시 안정을 되찾았다.




오늘 하루도 너무 고단했다면,

솔직한 위로를 담담하게 받고 싶다면,

이 책을 '밤'에 읽기를 추천한다.




분명 힘들었던 마음에 작은 토닥임이 되어줄 것이다.






73쪽. 오늘도 '적당히'는 어렵다. 사실 세상에서 '적당히'가 제일 어렵다.


77쪽. 시간이 지나도 나를 벌어먹이기는 수월해지지 않는다.


80쪽. 평안하게 심심한 날들이 다시 나를 재정비시키고 세상의 기싸움에서 지지 않도록 무장시켜 준다.


103쪽. 이 계절의 모든 것들이 나에게 머물러서는 안 된다고, 나아가라고 말 걸고 있다.


109쪽.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는 건 어쩌면 누구도 나를 책임지지 않지만, 누구도 나를 쥐고 흔들 수 없는 자유롭고 불안한 하루하루를 의미하는지도 모르겠다.


122쪽. 내일의 나를 위하여 조금은 움직이는 쪽이 좋을까. 아니면 그냥 오늘의 나를 충족시키며 아주 잠시라도 사라져볼까.


183쪽. 갈 길은 멀었는데 마음에 균열이 생겨서 부스러기가 떨어지도 있다.


211쪽. 생각을 멈추는 버튼이 있었으면 좋겠다.


221쪽. 삶의 모든 순간에 쓸모있는 인간일 필요는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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