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의 수도원 기행
공지영 지음 / 김영사 / 2001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읽은 많은 사람들의 반응은 두가지였다. 너무 좋았다는 쪽과, 수도원 기행이라고 하기엔 부실하다는 쪽. 이러한 이야기는 한비야의 ‘중국 견문록’에도 있었다. 물론, 자신이 어떤 것을 기대하고 보는 가에 달려 있지만, 어느 쪽이든 조금 유연하게 보면 좋지 않을까? 정작 여행 정보를 얻기 위함이었다면, 왜 굳이 ‘공지영’이 붙은 이 책을 본단 말인가! (사람들은 기대한것을 보고싶어하는 심리가 있다. 반대로 자신의 기대를 깨주었으면 하는 기대도 있다.)

이렇게 글을 시작하는 것은 앞으로 이어질 이 글에 대한 찬사를 위한 연막이다. ‘이런 책에 찬사라니’해도 상관없다. 좋은 건 좋은 거니까. 사실, 속의 종이는 은은하게 무늬가 들어가 있는 것이 내 맘에 썩 들지는 않았다. 나는 자고로 책은 재생지로 얇고 가볍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인고로… 그러나 읽다가 내용이 마음에 드니, 넉넉한 여백과, 종이, 사진 마저도 독자를 위한 배려로 느껴졌다. 평소에는 김영사의 기획에 놀라면서도 역시, 상업적이야 했었던 내가…

사설이 너무 길었다. 맞다. 이 책은 공지영이 어디를 어떻게 여행했는지는 사실 정확하지 않다. 하지만, 한 달이 조금 안 되는 기간의 여행이었다는 것을 믿지 못할 정도로 꽉 찬 여행인것도 사실이다.

여행가운데 저자가 받게 되는 ‘손대접’과 알고 지내던, 혹은 새로이 알게된 사람들과의 재회/만남. 그 사이에서 공지영은 촘촘하게 개인의 짧은 신앙사를 엮어간다. 그야말로 종교를 머얼리 떠났던 시간들, 그리고 다시 돌아오게 되기까지. 마치, 하나의 여정처럼 먼 길을 돌아오게 된 그의 삶. 힘들고 지친 삶의 길목을 지나 마침내 돌아온 것이다. ‘마침내’라고 쓰는 것은 그를 기다리던 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너무도 사랑했기에 ‘자신을 거부해도 좋을 자유’까지도 주며 기다리시던 하나님…

수도원 기행의 일부를 적는 것으로 마무리해야겠다.

그리하여 나는 알게 되었다. 신께서 나를 위해 날을 개게 해주시고 바람을 잠자게 해주시며 결국 이 모든 하늘과 땅, 우주만물을 지어주셨음을, 나 공지영이 아니라 당신이 지으신 ‘모든 나’를 위해서… 나는 하느님이 왜 천지를 창조하시고 동물까지도 창조하시고 당신 스스로 ‘하느님 보기에 참 좋으셨다’고 해 놓고 이 골칫덩어리 인간을 만들었는지, 어렴풋하게 알 것 같았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왜 아이를 낳고 싶었는지 알게 되었듯. 그렇게 알 것 같았다.

하느님은 아름다운 창조물을 그리운 것들과 나누고 싶었나보다. 좋은 걸보면 생각나는 게 사랑이니까. 그래서 그들에게 자신을 만든 신을 거부해도 좋을 무서운 자유, 그 신성의 일부 까지도 부여하셨나 봐. 사랑은 스스로 찾아 오는 것이니까. 그래서 하느님은 나를 기다려 주신 것이다. 18년 동안 물끄러미 바라만 보면서, 당신이 가진 전지전능의 능력을 오직 기다리는데 사용하신 것이다… 뭐하러 사람을 지으셨냐고 하느님을 원망하고 나 자신을 미워하며 오래도록 헤매어 다니던 한 사춘기 소녀의 영혼에게 하느님은 이제야 대답을 주신다. 이렇게 오래도록 헤매어다닌 후에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