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브라이언 에븐슨 지음, 이유림 옮김 / 하빌리스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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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존재나 상황에서 오는 공포는 참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순리에 맞지 않거나 이해 밖의 상황은 혼란스럽고 공포스러움에도 호기심을 유발시키기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러브크래프트의 크툴루 신화도, 요즘 흥행하고 있는 영화 '파묘'도 미지의 존재를 소재로 썼기에 사람들이 흥미를 느끼는 것이 아닐까? 이 책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 역시 강렬하고 독특한 상황과 인물들을 내세워 우리를 공포에 점점 빠져들게 만든다.



이 책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는 여러 단편들로 구성되어있다. 여러 이야기 중, '세상의 매듭을 풀기 위한 노래'라는 단편이 제일 인상에 깊이 남았다. 주인공 드라고는 이혼 후, 아이 다니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다니의 아빠지만 이혼했기에 감독관과 한정된 시간이라는 제약 하에 아이를 만날 수 있었다. 드라고는 홧김에 다니를 데리고 집으로 와버리고 울어대는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애썼다. 그런데 어느날, 아이가 없어져버렸다. 아이를 찾는 드라고를 따라 독자도 덩달아 애타게 다니를 찾게 된다. 그러다 아이와 함께 있게 된 이유, 아이의 얼굴에 흅터가 있던 것, 훈육을 어떻게 했는지, 경찰은 왜 부를 수 없는지 등 툭툭 튀어나오는 이상하고 어색한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정답에 천천히 다가간다. 드라고는 딸을 잃은 아빠로서 애타는 맘과 자신의 인생에 대한 회의, 또 자기 잘못은 없다며 스스로 되내이는 이기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그의 내면이 여과없이 드러나며 혼란스럽고 복잡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고는 마지막까지 자기만 생각하며 결국 딸에게도, 남겨질 사람에게도 더 큰 아픔을 남긴다. 현재 시점에 아이 다니는 나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의 모습이 어땠는지, 어떤 추억이 남겼는지 독자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렇기에 알 수 없는 다니의 모습을 더더욱 찾을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끝나서도 먹먹한 느낌을 남긴다.

이 책에 쓰여진 22개의 이야기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충분히 공포를 맛보게 해주고 또 그 뒤 어떻게 되었을지, 왜 이런 상황이 벌어졌는지 이야기 앞뒤를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다. 책을 덮은 후에도 공포와 호기심이 머릿속에 안개처럼 남아있다니 참 매력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런 장르는 작가의 독특한 상상력과 또 공포스러운 분위기 두 가지를 요하기에 글쓰기 쉽지않다. 그렇기에 이 책 '삼켜진 자들을 위한 노래'를 발견한 것만으로도 기쁘다. 브라이언 에븐슨 작가가 더 많은 이야기를 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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