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인 더 다크 - 어느 날 갑자기 빛을 못 보게 된 여자의 회고록
애나 린지 지음, 허진 옮김 / 홍익출판미디어그룹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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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주위에 빛은 어디에나 있다. 당장 보고 있는 모니터부터 시작해서 천장에 매달려 있는 형광등, 밖을 나가도 찬란한 햇빛이 우리를 반긴다. 빛이 있기에 우리는 사물을 구별하고 때론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만약 빛을 쬐기만 해도 몸이 타들어갈 것처럼 아프다면 어떻게 될까? 집안에서 전등은 못 키고 대낮엔 암막커튼으로 창을 가려야 하며 문밖으로 한발짝 나가는 것조차 쉽지 않을 것이다.

내가 이 이야기를 처음 접했을 때, 허구의 소재라고 생각했다. 사람이 살기에 빛은 필수불가결한 요소이니까. 하지만 이 책은 저자 애나 린지의 자전적 수필이며 그가 어떻게 이 증상을 어떻게 발견했고, 어떻게 이겨내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방 안에만 머물러 있어야 한다니, 생각만해도 답답한데 저자는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애나가 여지껏 버틸 수 있던 건 함께 지낸 피트의 공이 컸다. 바깥 생활을 제대로 지내지 못하는 애나에게 큰 도움과 정신적 지지를 아낌없이 보내주고 있다. 나역시 피트가 보여주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자기 집에 함께 살게 해주고 거의 모든 집안일과 바깥일을 도맡아하며 애나에게 그 어떤 불만도 내비치지 않는다. 나였으면 어두운 생활을 감수하며 불편하고, 자유롭지 않은 연인에 대한 책임감과 부담에 힘들었을 것 같은데. 피트는 내색하지 않고 심지어 애나에게 청혼까지 한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을텐데, 그리고 미래도 희망차기보다 통제해야 할 부분을 더 신경써야 할 것이다. 끝까지 애나 곁을 지켜주고 그를 위해주는 모습이 따뜻하고 든든해보였다.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대단함을 깨닫게 되는 부분이었다.

또 애나 스스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 컴퓨터 빛만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나아가 형광등, 또 햇빛까지 자신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 얼마나 절망적이었을까. 그래도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치료에도 전념한다. 끝까지 희망을 잃지 않으며. 와중에 피트가 계속 나와 함께 해줄까 하는 불안감, 여태 쌓아온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 또한 앞으로도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것, 깊은 인간관계를 맺기 쉽지 않다는 것 등 수많은 불안과 고통이 그를 괴롭혔을 것이다. 심지어 햇빛이 자기 얼굴 뿐만 아니라 몸까지 퍼져갈 때도 한 번 무너져 내렸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신이 할 일을 찾아나가며 열심히 삶을 살아가고 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겠지. 애나가 언젠가 빛을 볼 수 있기를 기도하며 작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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