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캐너 다클리

스캐너 다클리 ㅣ 필립 K. 딕 걸작선 13
필립 K.딕 지음, 조호근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20년 1월

 필립 K. 딕 이라는 작가를 아는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모르는 상태에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저자가 쓴 작품들 중,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마이너리티 리포트' 등 알고 있는 작품들도 있다. 보통 SF소설과는 다르게 암울한 미래상이 엿보인다. 흔히 그려지는 밝고 발전된 미래의 모습과는 다소 다르다. 이 책 역시 어두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보통 SF소설이라 하면 현재와 동떨어진 소재를 차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외계인, 뭐든지 가능한 첨단 기기, 발전에 대한 반작용으로 극대화 된 환경 문제나 빈부 격차 등 SF소설을 떠올리면 흔히 나오는 소재들이다. 하지만 이 '스캐너 다클리'는 미래에 마약 전쟁에서 패배해 'D물질'이라는 마약이 창궐하고 있는 환경을 그리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주인공의 모습은 어떨까?

  마약은 현재도 사회문제로 대두될만큼 심각한 현상을 야기한다. 그렇기에 우리나라도 철저하게 마약을 금지하고 있다. '스캐너 다클리'에 현대에도 있는 소재가 쓰이니 미래지만 꽤 현실적으로 와닿았다. 마냥 허구의 이야기가 아니라 당장이라도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느껴져 굉장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런 암울한 시대상이라면 응당 영웅이 등장한다. 고착된 사회에 화두를 던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결사 주인공! 하지만 여기서 등장하는 주인공 역시 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마약 'D물질'을 뿌리뽑으려 노력하긴 하지만 '만능'과는 거리가 멀다. 주인공 프래드는 비밀 요원으로서 마약 공급원을 찾아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도 마약에 중독돼 그 부작용인 자아 분열을 겪게 된다. 그리고 다른 자아는 마약중독자 밥이며 상부에서 그를 감시하라는 명령까지 받게 된다. 그가 어떻게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까? 

 프래드는 잠입 수사를 하면서 자신의 위치와 역할에 혼란을 느끼는 점이 우리나라 영화 신세계가 생각났다. 프래드가 어떤 방법을 쓸 지, 누구 편에 설 지 보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의 내면을 생생하게 묘사한 부분이 흥미로웠다. 프래드가 자아분열을 겪으면서 어지러운 내면을 그대로 보여주면서 나조차 어지러운 느낌이었다. 마약을 하게 되며 어쩔 수 없이 망가지는 인간관계, 현실과의 고립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이는 저자가 실제로 마약을 하며 겪은 경험들을 토대로 썼다고 한다. 프래드를 응원하면서도 돌이킬 수 없는 그의 행보를 안타깝게 느껴졌다. 

 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흥미로운 주제에, 몰입감 있게 읽을 수 있었다. '스캐너 다클리'는 영화로도 제작되어져 있던데 영상으로는 어떻게 표현했을 지 궁금하다. 그 외 필립 K. 딕의 다른 작품도 신선한 소재로, 생각할거리를 많이 던져줄 것 같아 좀 더 찾아 읽어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