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언어로 세상을 본다면 - 딸에서 어른이 되기까지, 82년생 보통 엄마의 기록
이현미 지음, 김시은 그림 / 부키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엄마'가 되는 건 새로운 책임감이 따르며 이전 '나'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환경, 그리고 나만의 일상이 이제 온전한 나의 것이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아이를 갖는다는 건 충분한 책임감과 배움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는 자라면서 부모의 영향을 많이 받으며 자라게 된다. 책임과 지식 둘 중 하나라도 결핍되어 있으면 아이들은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다.어떤 부모들은 낳아준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기라 하는데 낳아준 것 자체가 고통이라면 대체 무슨 뻔뻔함으로 그런 말을 하는걸까.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옛날처럼 농경사회도 아니고, 교육비는 비싸져가고 배워야 할 것들, 누릴 수 있는 것들도 다양해졌다. 이에 따라오지 못할거라면, 남들만큼 아이에게 해주지 못할거라면 아이를 낳지 않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내가 아직 부모의 입장이 아닌 자식의 입장만 경험해봐서 저자의 아이 시설에 너무 이입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만큼 부모도 가벼운 마음으로 아이를 갖지 않기를 바란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화났던 부분은 바로 저자의 어릴 적 폭력을 묘사한 부분이다. 아이에게 매를 들거나 무심코 '너만 없었어도' 라고 내뱉는 부분은 어린 아이에게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어른과 달리 세심하고 여리기 때문에 특히 더 주의하고 배려해야 하는데 저런 모진 짓을 하다니 지금같았으면 누가 신고하더라도 할 말이 없을 것이다. 부모로서 처음이고 또 사람이니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해달라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해하는 것 역시 아이의 몫이고 부모는 그런 말을 하면 안된다. 엄연히 아이는 상처 받고 힘들어했을 피해자니까. '부모'라는 이름을 방패로 아이에게 무조건적인 이해를 바라는 건 너무 이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어릴 때 아쉬웠던 부분은 어른일 때에도 터지기 마련이다. 지금 우리 가족만 봐도 사소한 옛날 일 때문에 할머니와 그 자식간에 항상 싸우고 응어리져 있어 도저히 좁혀지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제3자인 내가 보기엔 누구의 입장도 이해가 간다. 다만 어릴 때, 할머니가 좀 더 다독여주고 아이를 위해줬더라면 지금까지 갈등이 깊어지진 않았을텐데 라고 생각한다. 자식에게라도 분명 사과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때가 지나가버리면 돌이킬 수 없다. 아이에게도 한 사람으로서의 인격이 있다는 걸 항상 기억해줬으면 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우리 사회는 엄마에게만 요구하는 게 과하다는 걸 느꼈다. '모성애'라며 엄마의 행동을 제한하고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까지 규제시켜 놓는다. 나도 처음엔 엄마란 아이를 갖는 순간 무조건적인 행복과 희생이 함께 얻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모성애는 아이와 함께 자라며 애착 형성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라나는 것 뿐, 처음부터 누구나 모성애가 있는 건 아닌 것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엄마가 그러면 안되지, 모성애가.. 하는 둥 한 사람이 아니라 '엄마'라는 직함으로밖에 보지 않는 것 같다. 옛날보단 많이 나아졌다 생각하지만 지금도 결혼 후에 여자가 피해보는 일이 많다. 제사에 며느리 노릇에 싹싹한 아내 역할에 엄마 역할까지! 여기다 일까지 병행하는 사람도 있으니 한 사람으로서 감당해낼 양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여태 우리는 여자의 역할과 결과에만 집중했지 그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간과하고 있었다. 결혼과 동시에 사람으로서 잊혀지는 것 같다. 대신 '당연히' 엄마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해야 할 짐을 지워놓고. 솔직히 남녀간에 대접과 책임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참 불공평하다 생각된다. 사회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지 않는 이상, 나를 포함해 결혼과 출산에 임하는 여성을 없어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