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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5월
평점 :
작가사인본을 예약주문해서 일찌감치 손에 넣었지만, 조금씩 읽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 연재작품은 호흡이 고르지 않고 분절되는 느낌이 있는데, 연재된 원고를 초고 삼아 다시 썼다하니 처음 작품보다는 많이 다듬어진 상태가 아닐까 생각된다.
언젠가부터 신경숙의 작품에 더는 재미를 느끼지 않게 되었는데도, 왜 신간이 발표되면 부러 찾아 읽게 될까. 분명한 것은, 작가의 작품을 읽을 때면 소설의 의미와 소설을 쓰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운동권, 시위, 최루탄 냄새, 군대와 의문사, 교환일기, 옥탑방으로 연상되는 80년대부터 90년대초를 통과하는 시간 속에 놓인 젊은이들의 이야기다. 지방출신 대학생인 정윤, 시위 도중 자결하는 언니 옆에서 손에 화상을 입은 미루, 그리고 그들의 친구 명서와 정윤의 소꼽친구 단이. 시대적 상황이 불러온 암울함은 이들의 젊음과 사랑에도 깊은 그늘을 만든다.
'가능한 시대를 지우고자 했다', '우리말로 씌어진 아름답고 품격 있는 청춘소설이 되길 바란다'는 작가의 말을 듣고 보면, 이 소설이 시대의 아픔을 그리고자 한것이 아니라, 상실의 아픔을 통과하는 젊은 청춘들에 대한 위로의 손길이 아닌가 한다.
동시대를 통과하며 같은 경험을 나눈 사람들에게는 추억과 그리움을 주겠지만, 대책없는 우울함과 보이지 않는 소통방식은 아무래도 이 시대의 것과는 동떨어져 이 시대의 젊은이들이 얼마만큼 공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것은 소설의 문제만이 아니라, 현대사회가 안고 있는 시대성의 문제이기도 할 테지만. 그런 면에서 이 소설이 낡은 것이 되지 않으려면, 현시대와 과거를 이어주는 어떤 끈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