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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놀이 가을편 : 달맞이 괴담 ㅣ 도깨비 놀이 3
히로시마 레이코 지음, 오토나이 지아키 그림, 김지영 옮김 / 넥서스Friends / 2023년 5월
평점 :
누구나 한 번쯤은 괴담을 상상하고 무서움을 느낀다

작가의 감정을 따라 읽다 보면 섬뜩하지만 자유로운 상상을 함께하는 것 같고, 책을 덮을 즈음엔 오히려 읽는 시간 동안의 휴식이었음을 깨닫는다. 상상은 나 홀로 여행을 하는 느낌과도 같다. 새로운 여행지를 돌아보는 것처럼 마치 주인공이 된 듯 책 안에서 제대로 소개된 여행서를 만나 신비한 동네를 만나는 기분이 사뭇 좋았다. 가을을 느끼며 뜨거운 여름을 섬뜩함으로 날려버리는 시원함을 추천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포와는 또 다른 할머니의 할머니가 들려주는 아주 오래된 묵혀둔 이야기들, 아직 때 묻지 않은 귀한 이야기에 삶의 지혜까지 담아 부모와 아이랑 함께 읽으며 여러 감정들을 다루는 법을 알려주고 친구에게 대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알려줄 수 있는 전래동화 같은 괴담 이야기를 소개해 놓았다.
달나라 토끼야, 잠깐만
그건 그렇고,
좀처럼 들판을 벗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날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데 아무리 걸어도 주위에는 온통 키 큰 억새풀뿐이다.
하늘에는 불길하게 구름이 끼기 시작했고, 달도 보이지 않는다. 말하지 않았지만, 달도 보이지 않았다.
말하지 않았지만, 쓰나와 하나는 점점 무서웠다. 이상하다. 뭔가 이상해. 아무리 둘러봐도 풀밖에 보이지 않아.
이렇게 많이 걸었는데. 벌써 집에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인데.
두 사람은 서로의 손을 꼭 쥐었다.
그때였다.
달맞이 p.14
얘기꾼 히로시마 레이코 ‘도깨비놀이’ 시리즈 가을편이다. 이상한 과자 가게 전청당 작가의 신비롭고 섬뜩한 여섯 이야기를 겪는 에피소드가 펼쳐진다. 아름다운 풍경과 그 속의 금기를 지키며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책을 읽다 보면 배경이 머무는 그곳으로 훌쩍 떠나게 될 것이다.
금기를 깨다, 숨바꼭질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커다란 상자를 발견하면 들어가지 않고는 배길 수 없지.
뚜껑을 열면, 어라, 이상하네.
안에 있던 것이 스르르 빠져나왔어.
상자에서 나온 것은 신이나서 밖을 자유롭게 걸어 다니지.
그리고 네가 대신 그 상자 속으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숨바꼭질 p.50
오늘은 이걸 하고 놀자. 오늘은 저걸 하자. 몸집이 크고 힘이 쎄며 누구나 깜짝 놀랄 만한 짓궂은 장난을 생각해 내는 골목대장 '신'
"요우, 오늘 너희 할머니, 집에 안 계시지?" 이 한마디로 시작 된 빈 집에서의 숨바꼭질.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할 일을 벌이고도 신은 신이나서 집안 구석 구석을 돌아다며 빈 상자안에 숨고 만다. 섬뜩한 느낌으로 등골에 오싹함이 다가온다. 과연... 신은 그 곳에서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하지말아야 할 것에 대한 호기심은 누구에게나 있다. 후회는 이미 늦었다는 걸 아이에게 알려주는 깊은 교훈을 남긴다.
흥미유발 상상여행
"이, 이런 걸 시킬 줄 알았더라면 약속 따위 하지 않았을거야. 잔꾀를 부린 건 너라고!"
"상관없어. 너는 손가락을 걸었어. 내 부탁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바늘 천 개를 먹일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남자아이는 품속에서 새까만 밤송이를 꺼냈다.
가시가 빽빽하게 돋아난 것이 마치 바늘이 잔뜩 꽂힌 바늘겨레 같았다.
"약속을 깨뜨린다면 이걸 먹어야 해. 자, 먹어, 이 거짓말쟁이야."
손가락 걸기 p.67
조금은 강력한 약속의 관한 이야기를 괴담으로 풀어냈다. 아이가 친구와 약속을 하고 돌아와 잠시 고민을 하다가도 쉽게 잊는 모습을 볼 때 지키지 않을 일은 처음부터 하지 말아야 함을 강조하지만 그때 뿐이다. 다음날 역시나 친구와의 다툼으로 입이 툭 튀어나온 아이를 타일러보지만 기분은 쉽사리 가라앉지는 않고 씩씩대다 잠이 든다. 한 편으로는 그렇게 여러 일들을 겪으며 성장하는게 아이라는 생각으로 탓하지 말자고 나를 스스로 다스려보기도 한다. 이런 고민을 한방에 날려 준 손가락 걸기의 내용을 여러번 읽어주었더니 결국 울음을 터트렸다는 ㅋㅋ 무서움이 자신의 과오를 반성하는 눈물이라 좋은 반응이라는 생각에 터져나오는 웃음을 가까스로 참고 억눌렀다. 달라진 아이의 모습을 기대해본다.
'나는 특별해. 다른 아이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굉장한 아이야'
지나는 점점 오만해졌다. 여동생과 남동생, 친구들에게도 거드름을 피워서 엄마가 지나를 나무랐다.
"지나야, 잘난 척하는 건 꼴사나운 짓이란다. 그래선 안돼. 그건 널 위한 일이 아니야."
하지만 지나는 건방지게 말대꾸했다.
"하지만 엄마, 저는 뭐든지 잘하는걸요. 그러니까 다른 아이들보다 대단한 게 맞죠. 그렇지 않아요?"
"바보 같긴. 정말로 대단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깔보지 않는 법이란다. 아아, 정말. 네가 어쩌다 이렇게 된 걸까."
저글링 p.115
자랑과 잘난척은 무엇이 다를까? 이번 가을편에서는 아이의 질문이 많이 늘었다. 듣거나 사용하지 않는 언어들도 포함되어 아이의 문해력 실력을 업해줄 수 있어 대충 눈으로 훑지는 않는구나 엄마 마음은 뿌듯하다. 그만큼 흥미유발 이야기에 퐁당 빠져보시길 간절히 바라본다.
모든 잘하는 지나는 엄마의 충고는 귀에 들리지 않는다. 그저 못하는게 없는 자신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빠져있는 잘난척쟁이 지나.. 이런 지나에게 눈에 든 수정보다 투명한 마치 별처럼 빛나는 예쁜 저글링이 욕심이 났다. 누구보다 저글링을 잘하는 자신이 가져야 한다는 욕심이 사라지지 않자 상대의 내기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는대... 어쩌면 지나의 인생을 바꿔 놓는 계기가 되는 이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출판사로 부터 책을 제공 받아 작성한 개인적인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