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하는 생활 - 좋아하는 것을 조금 더 오래 좋아하는 법
모호연 지음 / 라이프앤페이지 / 202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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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아나바다 운동이 있었다. '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고' 의 준말이다. 그때만 해도 환경을 생각하는 인식이 오히려 지금보다 강했던 것 같다. 2010년 정도 까지만 해도 태권도장, 성당, 교회 등에 달란트 시장이 열렸다. (아마 지금도...?) 취지는 낡은 물건을 아이들이 가져와 중고로 재판매하는 것이다. 나는 그때 낡은 것의 아름다움을 몸소 배웠다. 초등학교때만 해도 교실 내에서 마켓을 꾸려 아이들이 직접 상인 역할을 하고 구매를 하러 다녔다. 무선인터넷이 발달하고 쇼핑몰이 여기저기 나오면서 길에서, 가게에서 장을 보는 문화는 점점 뒤로 물러났다. 그후 조금만 낡으면 새것을 홈쇼핑, 온라인 쇼핑으로 해결하고 수리는 커녕 필요없는 물건들을 들이기 시작했다. 여전히 나는 중고서적을 사랑하고, 어릴적 교과서를 잃어버리면 어머니는 '북아일랜드' 등에 들어가 직접 교과서를 중고로 구매해주셨다. 뭔가 잃어버려서 안절부절해도 과감하고 망설이지 않는 자세로 '중고' 검색을 하며 "괜찮아, 다 방법이 있어" 라고 다독여줬던 기억이 있다. 그치만 나는 수리하는데는 도가 트지 못했다. 엔지니어 아버지를 뒀지만 손을 못볼 것 같으면 왠만한 전등이나 가구 등이 아닐바에야 모두 '버려' '바꿔' '새로 사' 등을 연발한다. 편안함을 환경과 바꿔치기 했다. 저자는 매순간 환경을 생각하고 낡은 것의 아름다움을 탐색한다. 공구도 척척 다루고, 가구나 물건을 리모델링해 새롭게 쓰기도 한다. 물건의 구조를 파악하고 대체 재료를 사용해 수리하고, 심지어 작은 일상의 물건들은 의뢰를 받고 고친다. 현재는 물건을 수리해서 쓰는 단체에서 우산수리에 대해 배우고 있다고 한다. ( 그 스승님께 칼을 가는 법도 전수받았다 ) 낡은 물건이 새 물건보다 매력있다고 생각한다니, 새책만 나오면 흥분하는 내가 과연 그럴수있을까? 하지만 나는 여전히 낡은 중고책을 사랑한다. 어머니에게 배운 중고책 시장은 여전히 내 생활에 베어있다. 좀더 다른 영역으로 넓혀가야겠다. 물론 핸드폰은 10년째 중고만 사고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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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여전히 물건의 다음 생을 생각한다. 하지만 모든 물건이 환생을 거듭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도 이제는 안다. 어떤 물건은 제 역할을 마친 뒤에 조용히 퇴장하는 편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것을 인정하는 일도 물건을 아끼는 마음의 일부가 아닐까. 이제는 수리하기 전에 하나의 질문을 던져본다.

'이 물건을 계속 쓰는게 과연 환경에도 좋은 일일까?' – 229 ~ 230

🔖 내 앞의 '보물' 이 노동착취의 부산물일지도 모르는 차치하고, 사연과 시간이라는 '때' 가 탄 물건에 집착하는 데에도 그만한 이유가 있다. 고도화된 기술로 빚어낸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완벽하다. 그 존재에 개입할 여지가 더 이상은 없다. 대가를 지불하면 내 소유가 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히 '가졌다' 는 기분이 들지 않는다. 누군가의 사연이 담긴 것, 중고 물품이 되어 세상에 떠돌던 장신구와 인연이 닿을 때 비로소 나는 짜릿한 감동을 느낀다. 구겨진 은박지를 기쁘게 물고 가서 둥지를 꾸미는 까마귀의 심정이 이와 같을까? 어쩌면 나는 원시시대의 누군가처럼, 사냥이나 모험의 대가로 얻은 것을 진짜 보물이라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고로 당근마켓이나 동묘 시장은 말하자면 나의 사냥터이자, 비밀스런 모험으로 가득한 보물섬이나 다름 없다 -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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