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구는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 문명을 이끈 50가지 발명품으로 읽는 세계사
신무연 지음, 정기문 감수 / 다산초당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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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명의 역사를 두고 역사를 설명할 수는 없다. 이로인해 전쟁이 지속되기도 했고, 점령의 역사, 혹은 통합의 역사, 정치, 인류의 확장들이 나날이 이루어져갔다. 하지만 보통의 역사학자들은 '도구' 를 줒로 역사를 탐구하지는 않는다. 모두가 연대와 사건을 통해 이야기하고 토론할 뿐이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특별하다. 인간의 발전에 있어서 절대로 빼먹을 수 없는 점은 '도구를 사용하는 동물' 이라는 것이다. '도구'의 사용은 인간을 지구의 99프로 이상 점령하게 했다. 그리고 우리는 기타 생물의 역사까지도 집어삼킨다. 새로운 물건과 가상 세계의 발명들은 앞으로도 세상을 집어 삼키겠지만, 과거의 역사를 안다면 내가 어찌하지는 못해도 다음에 나올 것들에 대해 미리 경각심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원' 을 안다면 발명가와 권력자의 이용수단이 되는 물건이 만들어내는 역사에 우리의 감정까지 좌지우지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 세상에 빛을 퍼뜨린 에디슨 덕에 잠을 못자는 걸 알고 빛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이 불면증 환자의 외침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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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프롤로그에서 미뤄둔 질문으로 돌아가자. 다음 발명은 누구의 것인가. 50개의 발명이 보여준 답은 단순하지 않았다. 발명한 사람이 주인이 된 경우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먼저 만든 자가 이기기도 했고, 뒤늦게 그것을 더 잘 활용한 자가 더 큰 결실을 가져가기도 했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반도체와 배터리, 인공지능같은 기술은 어느 한 나라, 어느 한 기업의 작업대에서 탄생하지 않았다. 연구와 설계, 제조와 자본, 데이터와 시장이 서로 다른 장소에 흩어져 있다. 발명의 장소와 생산의 장소, 그리고 이익이 귀속되는 장소는 더 이상 하나가 아니다.

그래서 다음 시대를 가질 자가 반드시 가장 먼저 발명한 자일 필요는 없다. 가장 많이 만드는 자라고도 단정할 수 없다. 그 기술들을 다른 기술과 자본, 데이터와 제도에 어떻게 연결하고, 그 사이에 어떤 길목을 만드느냐가 다시 승부를 가를 것이다.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불을 피운 최초의 인간은 그 불이 문명을 만들 줄 몰랐다. 금속 활자를 만든 구텐베르크도 자신의 인쇄가 종교와 정치, 지식의 질서를 어디까지 바꿀지 알지 못했다. 월드 와이드 웹(www) 을 만든 팀 버너스리 역시 자신이 만든 웹 위에 오늘날의 거대한 경제와 사회가 올라설 모습을 모두 내다보지는 못했다. 도구를 만들었을 뿐이다.

그 도구를 누가 쥐고, 무엇과 엮고, 어떤 길목을 만들 것인가는 언제나 다음 사람의 몫이었다. 그리고 지금, 우리 앞에는 다시 거대한 도구가 놓여 있다. 이제 질문은 무엇이 발명될 것인가만이 아니다.

누가 그 도구를 쥘 것인가.
누가 그것을 엮을 것인가.
그리고 누가 그 길목을 차지할 것인가.

그 답이 다음 시대를 가를 것이다. _ 에필로그

🔖현대 역사학에는 큰 빈틈이 있다. 역사학자는 문과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라 과학과 기술에 서툴다. 대부분 고등학교 수준의 수학도 풀지 못했고, 물리학의 기본 법칙도 설명하지 못한다.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기 장비의 명칭이나 부품들의 원리, 자동차에 구현 된 역학의 법칙, 인공지능에 이용된 알고리즘 등은 더더욱 모른다. 이런 것들을 모르고 어떻게 현대 사회를 설명할 수 있겠는가?

진지한 역사학자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과학사라는 분야를 개척하였다. 우리나라에도 1990년대에 여러 대학에서 과학사 열풍이 불었다. 과학사 책을 읽는 모임이 생겼고, 학회와 학과도 생겼다. 필자도 과학사에 관심을 가졌고, <교양, 다시 읽기> 라는 책을 번역하였다. 이 책은 겉보기 이름과 달리, 미국의 의사가 집필한 과학기술사 책이다. 30대의 필자는 그 책이 설명하는 수많은 과학 법칙이나 기술의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수십 명의 이공계 교수들을 괴롭혔다. 필자가 겪었던 고통은 개인적인 것이 아니다. 지금도 과학사를 전공하신 분들이 많은데, 대부분 공학을 전공하다가 역사 '덕후' 가 되신 분들이다. 인문계열에서 출발하신 분들은 포기하고 '본업' 으로 돌아갔다. 상황이 이러니 과학 기술 분야를 다루는 좋은 교양서가 나올 수 없다. _ 정기문 (감수 추천의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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