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만 있다면
고사카 루카 지음, 김지연 옮김 / 모모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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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병마를 이겨내다 사망한 어느 소설가의 생전 원고를 출판한 소설 <살아만 있다면> 작가의 생전 건강문제, 그리고 일본의 클리셰에 맞게 스토리도 극적이고 생각할 거리도 많다.

어느날 지카게라는 남자 꼬마가 심장병을 앓는 이모가 내미는 편지를 가지고 하네다 아키하 라는 남자를 만나러 오사카까지 간다. 그렇게 시점은 아키하의 시점으로 돌아가고, 도쿄에서 오사카로 돌아오기 전까지 도쿄에서 지카네의 이모 하루카와 사귀게 된 경로와 헤어진 과정까지 이어진다. 하루카는 '봄과 겨울을 잊는 여름과 가을을 이어줄 사람' 이라며 아키하에게 계속해서 청혼하고 사귀자고 한다. 마침 아키하의 여동생도 여름을 뜻하는 '나쓰메' 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엄마의 두번째 남편 사이에서 나온 나쓰메가 별로 탐탁치 않은 오빠는 나쓰메의 존재를 부정하며 도쿄에 우주공학을 전공하러 간다. 그때 모든 사람이 탐하는 학생모델 하루카를 만났지만 사실 그녀의 친구 레이나를 더 좋아했다. 나는 당신의 가을을 이어주지 못하며, 그런 의도는 싫다고 끝까지 떼어내려 하다가 하루카의 상처를 알아버린다.

처음에는 하루카가 정말 끈질기다고 생각했지만, 그녀의 사정을 들을수록 그녀 주변의 사람들 그리고 아키하 주변의 사람들이 그들의 사랑 뿐만 아니라 각각의 삶에 훼방을 놓는 느낌이 크게 든다. 오사카에서 오빠를 놓아주지 않는 나쓰메, 아키하를 짝사랑해서 지카네가 찾아왔는데도 하루카의 편지를 못보게 뺏는 리오, 그리고 하루카와 아키하가 사귈때 스토킹을 하며 익명게시판에 루머를 올리고 뚫린 콘돔을 주고 집착하며 심지어 지금도 하루카에게 집착하고 떨어지지 않는 후지이 가야 등등..

사랑을 이루는 데 있어서는 그만큼 우리의 사랑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건 사랑에 따라오는 이 지긋지긋한 주변 인간관계이다. 그저 보고싶고 사랑하고 싶은데 인연이 안되는 건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다. 죽을만큼 아프고 극적이 되야 주변이 인정해서 재회하는 사랑, 하루카의 병 나쓰메의 척수손상보다도 더욱 마음이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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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마음 깊은 곳에 잠들어 있는 것들은 대개 변변찮다. 우리는 그것들을 영원히 재워두는 법을 충분히 터득한 나이가 되었건만, 비슷하 ㄴ열쇠 구멍을 가진 사람을 만나 긴장이 풀린 걸까. 시험 삼아 맞교환한 열쇠로 서로의 문이 열리자 감격한 나머지 말을 너무 많이 쏟아내는 건 아닐까. 후유쓰키 쪽은 오래 묵혀둔 만큼 발효가 더 진행되어 나보다 훨씬 지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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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고분하지 않은 말투가 거슬렸는지, 곧장 햄과 소시지로 만들어진 듯한 통통한 주먹이 날아왔다. 몸이 휙 날아가며 가방과 같이 떨어졌고, 교과서와 노트가 바닥에 흩어졌다.

그들의 반짝이는 가죽 구두와 비싼 운동화가 바닥에 떨어진 내 물건들을 짓밟았다. 나는 몸이 축 늘어진 채 그들의 발에 짓밟히는 그것들을 바라보았다. 그때 시야 한쪽에 마 소재의 작은 주머니가 보였다.

주머니를 잡으려는 내 생각을 미리 눈치챈 한 녀석이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뾰적한 스웨이드 구둣발로 그것을 사정없이 짓밟았다.

내 눈앞에서 육각볼트가 짓밟혔다.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머릿속에서 불이 번쩍이는 듯했다. 그 빛이 가슴 깊숙이 묻어두었던 기억을 환하게 비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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